한총련 10년 역사 계승의 자리

  한총련대의원대회(이하 대대회)의 중요 일정 가운데 하나가 한총련 1년을 가늠케하는 총노선에 대한 논의 확정이라 할 수 있다. 대대회에서 확정되는 총노선에 따라 각급 단위의 1년 과정이 세워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 4기 한총련 총노선 확정을 위한 본회의가 지난 16일 12시 30분경부터 시작되었다. ‘민족사적 대전환기’라 규정한 시기를 보내면서 3기 한총련의 오류를 극복해 보려는 긴 논의의 출발인 셈이었다.
  정명기 한총련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본회의는 총노선 토론과 기타안건, 특별 결의문 채택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본회의 총노선 토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좌파계열의 서울대 여성오 총학생회장의 학생운동 10년사에 대한 주제 발제가 있었다. 이자리에서 여군은 한총련운동의 혁신을 강조하면서 민중, 민주 학생운동은 한국사회의 모순을 끌어안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며 노동자와 민중을 껴안을 수 있는 방법론이 제시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격적인 총노선 논의에 들어갔다. 총노선 논의는 첫째 정세전망과 시기규정. 둘째 7대 목표와 14대 과제, 대중조직화와 의식화. 셋째 투쟁의 조직적 과제에 대한 논의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첫째안건이 진행되자마자 경성대 김수강 총학생회장이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총노선이 백만 학도의 투쟁의 지침서가 되어야하나 굉장히 조합적이며 기층에서 총노선에 대한 의견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고 중앙상임위원회(이하 중상위)에서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전제하고 “오늘 이자리에서 총노선을 확정해서는 안되고 다만 총노선에 대한 문제제기와 의견 수렴의 과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우리학교 탁현배(사학ㆍ4) 문과대 학생회장은 “총노선이 여러지역과 나가서 중상위에서도 통일된 의견을 보지못한 것은 사실이나 대의원대회가 지니는 위상을 생각할 때 대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이 공간안에서 총노선을 확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것을 기점으로 정세전망과 시기규정에 대한 견해차이로 많은 시간 토론을 진행하였다. 논의가 갈라지자 정명기 의장은 “중상위의 총노선이 완전하게 정리되지는 않은 것이지만 여러 대의원들의 힘과 지혜를 믿고 총노선을 수립하는 것을 원칙으로 최대한 의견을 수렴해 보자”며 통큰 단결력을 촉구했다. 또한 그 통큰 단결이 전대협 한총련 10년의 역사를 ‘불패의 신화, 불멸의 역사’로 이끌어온 원동력임을 재삼 강조했다. 이어 계속되는 토론에서 여러 대의원들은 “중상위의 총노선에는 김영삼 정권 타도에 대한 방향각과 핵심이 불명확하다”는 점과 미국이 자국의 식민지 전략이 위기에 닥치자 한반도 전쟁위협과 전쟁책동을 벌이려 한다는 정세 파악에 비추어 “반미, 반김영삼을 현실화하여 외곽화 시킬 방도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지적하기도 하였으며 현정세가 김영삼 정권의 대미 예속화가 가속화되는 단계로 수탈당하는 노동자와 민중의 투쟁이 중시되는 자주적 요구가 높아지는 시기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17일 낮 12시경까지 진행된 24시간여 동안의 토론과 합의 과정을 거쳐 중상위는 “기존 총노선에서 반미, 반김투쟁을 좀 더 명확히 할 것과 자주, 민주, 통일의 과정에서 이점을 총체적으로 녹여낼 수 있도록 할 것. 그리고 구체적 사업으로 오월문제 완전해결과 대선자금 공개, 한미행정협정 개정과 평화협정체결”등을 보강한 수정안을 밝혔다. 이에 대해 다른 문제제기가 없자 정명기 의장은 “원안에 대한 수정 동의안으로 중상위 단일안이 대의원의 힘과 지혜로 통과”되었다고 선포하고 대의원들의 힘찬 박수로 이를 통과시켰다.
  결국 제4기 한총련의 총노선은 반미, 반김투쟁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면서 보다 강도높은 투쟁을 예고한 점, 그리고 대중운동에 있어 한총련식 광장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고민들과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에 성과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대협에서 한총련으로의 10년의 역사를 계승하여 관점과 사상적 차이를 긴 토론과 논의 과정속에서 극복해내고 결국 한총련의 ‘통큰 단결’의 모습을 보여줌으로 백만 학도의 조직으로 다시금 그 위상을 정립시킨 것이 더 큰 성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송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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