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은 노예(?)

  지난 20일 노천극장에서는 모회사가 지원하고 우리학교 연예동아리인 입큰개그리가 주최한 장기자랑 행사가 치뤘졌다. 약 3백여명의 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행사는 상품으로 삐삐 40대가 주어졌다. 관람한 학생들의 반응은 여러가지로 나타났으나 대체로 흥미로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가한 학생들의 열의도 대단했다. 짧은 치마를 입고 춤과 노래를 선보이기도 하고 각기 준비한 솜씨를 펼쳐 보였다. 중간중간 덩크슛과 연예동아리의 현란한 춤과 노래가 곁들여지기도 했다. 젊다는 것을 유감없이 발휘한 행사였던 것 같다. 이래저래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 최근 들어 많은 학생이 모인 행사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가 진정 우리 대학 문화행사의 올바른 전형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매년 여러 문화행사를 치루면서 많은 선배들은 대학문화가 퇴폐적이고 소비적인 문화로 변해간다는 우려를 빼놓지 않는다. 돈이 없이는 치뤄질 수 없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문화가 우리 학내에도 만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많은 행사비를 들여서 학생들을 모으고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로 모든 것을 정리하는 그런 문화행사가 자꾸만 늘어간다는 것이다. 이번 입큰개그리의 행사도 일면 그런 면이 없잖아 있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학내 곳곳마다 50미터가 멀다하고 이곳저곳 붙어 있는 포스터의 숫자를 보더라도 이번 행사가 얼마나 많은 경비를 소모했는가를 보여준다. 비록 모회사의 후원으로 열린 행사라지만 같은날 단대 문화학교를 치루면서 풍물악기가 부족하여 다른 풍물패에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던 사회대의 경우를 생각해 볼 때 씁쓸한 기분마저 든다. 그날 사회대는 끝내 악기를 빌리지 못하고 부족한 악기로 행사를 치러야 했다.
  “이성은 행위 앞에 노예…, 관념은 목적없는 상상…” 신세대의 자유로움은 남녀간의 성적인 결합을 표현했다고 구설수에 오른 ‘미녀와 야수’라는 곡으로 노천극장을 가득메웠다. 많은 이들이 함께 따라부르고 노래와 춤에 환호했다. 하지만 그 뒤에 서 있는 대학을 올바로 이끌고자 애썼던 열사들의 추모비에는 관심을 쏟지 않았다. 새내기의 다수는 그 비석의 의미를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열사들의 삶에 대해 알기전에 후원사의 막대한 물량공세에 ‘이성은 행위의 노예’라고 말하는 법부터 배워가는 것은 아닐까 염려되는 대목이다.
  대학의 문화 행사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기준은 없다. 하지만 대학생의 건전한 이성으로 행위를 이끌어가는 올바른 방향을 고민하며 기준을 세우고자하는 모습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송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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