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부흥 위한 하드웨어 확보 우선

      <글 싣는 순서>
 1. 대학문화의 과거와 현재
 2. 대학문화 진단
   ① 학내 문화공간
   ② 대자보, 플랭카드 등의 홍보문화
   ③ 여가활용ㆍ생활문화
   ④ 집회(모임)문화
 3. 대학문화에 대한 공개토론
 4. 대학문화의 위상과 역할정립
 5. 대중문화와 대학문화

 -편집자주-

  재택근무, 화상회의, 홈쇼핑 등 실생활에 온갖 편리함을 주는 문명 최대의 이기인 컴퓨터는 본체와 모니터, 키보드 및 기계적인 구성품인 하드웨어와 하드웨어를 작동시키는 프로그램인 소프트웨어가 잘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반드시 하드웨어 상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하드웨어 역시 자신을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고철덩어리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둘 중 어느 하나에 이상이 있으면 컴퓨터의 사용도 불가능하게 되어버린다.
  이것은 단지 컴퓨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 현상, 학내문화에도 적용된다. 소프트웨어인 여러 건전한 대학문화를 위한 강좌나 행사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할 수 있는 하드웨어인 적당한 문화공간이 바탕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 우리학교 문화 및 여가 활용, 자치활동을 위한 하드웨어 상태를 알아보자.
  우리학교에서 문화 관련 공연 및 강좌를 개최할 때는 주로 노천극장, 문원강당(구 문대 소강당), 취봉홀, 백마아트홀 등에서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다.
  지난 20일 노천극장에서 입큰개그리의 공연이 있었다. 장소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 입큰개그리 섭외부장인 박완신(건축공ㆍ3)군은 “공연장소를 빌릴때 ‘건물사용신청서’를 가져다 지도교수의 허락과 도장을 받아와야 학생과에서 허가를 해주는데, 그 절차가 매우 복잡해 간소화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보통 동아리에서 전시회나 행사를 1, 2학생회관 2층 휴게실에서 하는데, 그 장소허가신청을 하는데도 쉽지 않다. 제12대 총동아리연합회 사무국장 윤여진(영문ㆍ4)군은 “동아리별로 지도교수를 배당해 주지는 않으면서 ‘건물사용신청서’에는 꼭 지도교수의 도장을 받아야 허가를 해주기 때문에, 담당지도교수가 없는 동아리는 공간을 얻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토목공학교육과 학생이 술로인해 사고를 당한 후로 술이 반입되는 행사는 절대 허락을 해주지 않는다.
  제1학생회관 3층에 있는 소극장은 주로 시나브로가 연극연습과 봄 공연을 하는 장소로 사용하는데, 바닥에 깔린 카페트가 10년이 넘어 매우 낡고 천장이 낮아 불편하다고 한다.
  특히 다른 곳보다 문제가 되는 곳이 문원강당과 취봉홀, 백마아트홀이다. 이곳은 사용할 때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동아리나 학생회에서 쉽게 사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좋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행사가 있을때 학내에서 하지 못하고 시민회관이나 카톨릭문화회관등 학외로 나가고 있다. 돈을 지불하면서 시설이 좋지 않은 학내에서 하느니, 절차도 쉽고 교통도 편리한 시내 공간에서 약간의 돈을 더 내고 행사를 한다는 것이다.
  올해 말 정문옆에 있는 정심화회관 건립부지에 약 2천3백여평의 국제문화센터가 착공된다. 2천석의 대강당과 5백석의 소강당, 회의실, 다목적실 등을 지어 공연뿐 아니라 국제적인 학술회의도 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완공되려면 2-3년정도 걸릴 뿐더러 강당의 사용과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열악한 학내문화 공간을 보충하기는 힘들다.
  또한 공간도 문제지만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공간이 확보된다 해도 마땅한 프로그램이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양대는 ‘애국한양 문학예술 학생연합’에서 목요위원회를 꾸려 매주 ‘열 한 번의 목요일’이라는 행사를 하고 있다. 문예소모임, 끼있고 재능있는 한양대생, 외부문예단체가 공연하는 이 행사는 목요일이면 언제든 학관 앞에 가서 문화를 체험할 수 있고 자신의 문화욕구를 충족하고 향유할 수 있다.
  또한 가까운 한국과학기술대학에서는 ‘금요문화행사’라 하여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 대강당에서 록그룹의 공연이나 국악 실내악단 연주, 외부극단 초청공연등 상설적인 문화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학교는 학내문화행사를 주로 담당하는 총학생회가 서지 않아 구체적인 행사계획은 별로 없지만, 단지 보여주기식이 아닌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가 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올바른 대학문화의 정립, 그 필요성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단지 말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사와 공간을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하드웨어인 문화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대학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박윤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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