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토론의 장

  고등학교 정치 교과서에 실망한 사람들, 기성세대의 정치적 무지에 식상한 이들, 그들이 모여 세계를 논하는 자리가 있어 문을 두드려 보았다.
  86년, 현실을 왜곡하는 관제언론과 민중의 고통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권들의 실체를 찾아내고 알리기 위해 소모임의 형태로 출발한 한국정치연구회(이하 한정연)는 현재 토론의 장으로써 과거와는 성격을 달리하여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러한 학회의 성격을 회장 윤성훈(정외ㆍ2)군은 다음과 같이 설명해준다.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기 보다는 토론 문화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고 대화의 자세를 확립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조금 어렵겠지만 남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립해서 설득력있게 주장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게 목표이죠.”
  그렇다. 과거의 한정연이 민주화를 추구하는 투쟁의 장이라면 요즘은 여러 학회의 추세에 맞춰 과의 특성을 살리면서 학과공부의 연장선이 될 수 있는 그런 토론의 자리인 것이다.
   “학회 이름만 듣고는 무거운 분위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고 또 잘못을 지적받을 수 있는 것은 좋은 토론문화라 생각해요.”라며 새내기로써 처음 참여한 한정연의 토론 학습을 추연창(정외ㆍ1)군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결론을 맺어주지 못하고 시간문제 때문에 토론이 깊히 되지 않고 끊어진다’는 여준호(정외ㆍ2)군의 말이나 ‘신입생 수준에 맞지않고 기초부터 배우고 싶지만 어려운 단어 선택으로 혼란을 겪는다’는 최미나(정외ㆍ2)양의 말에서 한정연의 학습체계가 아직은 미숙한 단계임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토론의 자리를 이효석(정외ㆍ4)군은 “80년대에는 학교자체에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담론이 있었고 거의 모두가 공유하고 또 인정했었죠. 하지만 90년대를 거치면서 신세대의 경우 모두를 묶을 수 있는 담론이 주어져 있지 않습니다. 토론의 주제가 바뀌었고 방법상의 차이 등 여러가지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일주일에 1번 정도 있는 세미나가 끝나면 술자리도 같이하고 과 인원의 절반이 학회에 소속되어 있어 회원들간의 관계도 유난히 친밀하다는 한정연은 4.11총선을 맞이해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고 한다.

박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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