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것은 밝힌다. 3.27 총궐기

  지난 27일 우리학교를 비롯한 대전지역 대학들이 ‘3ㆍ27 대선자금 공개와 교육재정 확보를 위한 백만학도 총궐기’를 대전역 광장에서 벌였다.
  그동안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에서 김영삼대통령 대선자금 공개를 위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공언한바 있었다. 이번 총궐기가 교육재정 확보보다는 대선자금 공개에 힘을 모은 것은 4ㆍ11총선을 의식한 것이라 여겨진다.
  현 정부가 벌인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이 투명성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문민정부라는 이름하에 단행된 일들을 보자면 5ㆍ18문제의 해결을 위해 제정된 ‘5ㆍ18특별법’, 그리고 군부독재를 마감하고 경제의 고질적인 병이었던 정경유착을 뿌리뽑자고 했던 ‘전ㆍ노 전직 대통령 사법처리’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 해결 역시 뒷끝이 개운하지는 못했다. 이는 요즘 계속 언론의 입을 오르내리는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자금의 의혹과 청와대 부속실장인 장학로씨의 뇌물수수가 사실로 밝혀짐에 따라 그 미심쩍음이 짙어지고 있다.
  이러한 앞뒤를 살펴볼 때 총궐기는 대선자금 공개를 바탕으로한 김영삼정권의 허구적인 교육정책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특히 현 시기가 총선정국이라는 점에서 이번 총궐기를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한총련은 3ㆍ27총궐기의 의의를 몇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먼저 대선자금 공개투쟁과 5ㆍ18 학살자 완전 처벌투쟁을 벌임으로서 김영삼정권의 가려진 부분을 국민들에게 보이기 위함이다. 다음으로 총선을 그야말로 김영삼정권 3년 정치에 대한 심판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발판이다. 마지막으로 GNP 5%의 교육재정을 확보하기 대정부 투쟁을 선포하고 민족대학을 건설하기 위한 전초전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국의 2백여개의 대학에서 일제히 총궐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27일 3시경부터 우리학교에서도 4백여명의 학생들이 민주광장에서 총궐기를 위한 결의대회를 갖고 거리로 나섰다. 이 결의대회에서 문과대 학생회장 탁현배(사학ㆍ4)군은 총궐기가 갖는 의미에 대해 “민족사적 대전환기에 있어서 청년학생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게 하는 때이다. 4ㆍ11총선은 우리나라 정치와 21세기를 준비하는 민족에게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다. 이러한 시기인 만큼 김영삼정권의 3년 정치를 심판할 수 있는 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1시간 가량 결의대회를 한 후 거리로 나섰다. 오후 6시경 집회허가를 받은 대전역광장에 우리학교 학생 4백여명을 비롯한 7백여명의 대전지역 대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김영삼 대선자금 공개와 교육재정 확보를 위한 대전지역총학생회연합(이하 대전총련) 결의대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대한총련의장인 김병수<한남대 총학생회장>군은 “김영삼대통령은 무슨일이 있어도 쌀수입 개방을 막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과의 약속은 저버리고 쌀수입 개방하기로 미국과 약속했다. 또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도 침탈하지 않았던 성소 마저도 마구 군화발로 짓밟고 있다. GNP 5% 교육재정 확보 역시도 정부재정에서가 아니라 담배세, 유류세 등의 인상으로 확보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총선에서 “김영삼을 심판하자.”라고 말했다. 교육재정 확보의 문제도 주한미군주둔비 등을 받아내어 교육에 써야 한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이어 민주주의 민족통일 대전충남연합 수석 부의장인 최교진씨는 “전ㆍ노 두 전직 대통령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국민의 힘이었다. 우리는 5ㆍ6공 잔재세력청산과 더불어 진정한 역사 바로 세우기의 주체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은 이번 총선에서 보여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의 신성용(직장인ㆍ27)씨는 “옳고 그른 것은 밝혀진다. 김영삼대통령 역시도 대선자금등 구설수에 오른 것을 보면 두 전직 대통령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대선자금에 대한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학생들은 7시가 넘어선 시간부터 촛불시위와 선전전을 벌였다. 대전역에서 도청까지 가두시위를 벌였으나 전경과의 충돌은 없었다. 편도 2차선을 점검하고 가두시위 덕분에 교통경찰들은 교통정리에 애를 먹었고 시민들은 교통불편을 겪기도 했다. 가두시위에서는 “대선자금 공개해라.”, “교육재정 확보하라.”등의 구호가 나왔고 간간히 “자민련도 심판하자”라는 구호도 들렸다.
  선거때만 되면 어째 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말이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유는 정치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다시는 예전과 같은 정치가 재현되지 않도록 옳고 그른 것을 분명히 가려낼 수 있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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