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인 언저 수준, 몇점?

  대학생들의 언어 수준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대자보이다. 단순한 홍보를 위한 것에서부터 시대의식을 담고 있는 기획대자보까지 대학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의사소통을 위한 매개체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 학교라면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대자보 용어를 자세히 들여다 보자. “일단 한번 와바, 끝내 준당께롱”, “오늘밤 너와 나 단둘이서 ○○ 동아리에서….” 등 굳이 지면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 심각성은 익히 알고 있을 터이다.
  이처럼 요즘 대학인이 사용하는 언어는 목적의식성이 전혀 없다. 적당히 선정적인 말들을 골라, 적당한 은어를 곁들이면 끝이다. 대자보 용어가 이럴진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어떨지 가히 짐작 하고도 남는다. 대화 도중 각종 신조어와 은어 사용은 물론 기존에 사용하던 언어라 할지라도 바꾸거나 줄이는데 가히 천부적인 재질을 발휘하고 있다. 즉 구성원들이 아니면 알아듣기 힘든 용어들이 별 어려움 없이 통용되고 있다. 특히 총학, 동연, 자과캠 등등 줄여서 짧게 부르는 언어가 이젠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러한 언어 표현이 대학내에서 보편화되고 간결한 언어로 편리하다 할지라도 반복사용됨으로 자칫 고유한 우리말이 설자리가 없어지지나 않을까하는 우려가 앞선다. 그나마 이런 언어라도 우리말이라면 상관없다. 한국말을 배우는 과정의 외국인이 한국사람과 말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외국어 남용이 심하다. 또 복학생들의 듣기 거북한 군대 용어 및 상스러운 말들... 이전의 신입생을 새내기, M.T를 모꼬지, 써클을 동아리방 등으로 고쳐 우리말을 지키려던 열정이 지금은 어디에 갔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비단 이는 대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강의 시간에 사용하는 언어 또한 반이상이 외래어, 외국어이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온 습관으로 인함인지, 아니면 그런 말을 사용해야만 가르치는 분으로서의 위상이 확립될 수 있음인지 의문이다. 물론 우리가 공부하는 전문용어의 대부분이 우리말에는 없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지성인이라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진정한 애국자라면 없는 말일지라도 우리만의 언어로 만들어 내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대학인의 언어 사용에 대한 문제는 식상할 정도로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제기되던 수준에만 멈췄지 우리말, 우리글을 쓰기 위한 실천에는 얼만큼의 노력들을 했는지 의문이다. 전문용어기 때문에, 왠지 세련되게 보이고 싶어서, 줄여서 말하면 편하니까 등등의 변명을 붙이지 말자.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한다. 또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수도 있는 민족의 자존심이다. 우리가 우리말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는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과 일맥상통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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