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깨고 다양한 주제, 구심점 모색 중요

  운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매주 화, 목요일에 있는 노루벌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과자료실로 급히 뛰어간다. 오늘은 한국 근현대사를 학습하는 날이다. 항상 강의실에서 했지만 오늘은 날씨가 좋아 사회대앞 뽀뽀동산에서 앉아했다. 전날 미리 읽어온다고 마음먹지만 오늘도 마찬가지로 공강시간과 수업시간에 교수님의 눈을 피해 읽은 책을 펴 토론에 들어갔다. 철학, 역사, 경제 등을 배우면서 고등학교때 배우던 것과 너무 달라 처음엔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 다양할 수도 있구나, 지배자의 시각이 아니라 다수의 민중의 시각으로 바라본 역사가 참된 역사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오늘은 한달에 한번있는 정기모임이어서 학습이 끝나고 잔디밭에 앉아 짬뽕과 짜장으로 배를 채우고 술을 마셨다. 아까 의견이 달라 언성을 높였던 친구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풀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선배와의 문답을 통해 한층 커진 나를 발견한다. 이런 모임을 통해 자신의 주체적인 시각을 세워나가고, 자신의 의견만 중요한게 아니라 남과 더불어 토론을 통해 하나의 결론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배운다. 인원수가 많지 않아 서로 친하고 가족적인 이 모임이 너무 소중하다.
  여성학회 노루벌에 속해 있는 남궁운(사회ㆍ1)의 하루이다.
  대학은 입학하자마자 아니, 입학하기 전 새내기 새로배움터로부터 시작해 신입생 환영회, 개강모임과 체육대회, 대동제 등 수많은 행사와 모임의 연속이다. 또한 누구나 기본적으로 과학생회에 속하게 될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학교안에는 약 140개의 동아리중 어느 하나에 속하기도 하고 과내의 소모임과 학회에 속해 있을 수도 있다. 그안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행사와 모임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의 의견교환을 통해 넓은 시각과 책임감, 동기와 선ㆍ후배에 대한 유대감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예전에 비해 학생들이 어떤 모임에 소속돼 활동하는 모습이 적어지고 단지 수업만 듣고 끝나면 사라지는 개인적인 모습이 많이 보이고 있다. 더구나 같은 과에 있는 동기가 무슨 일이 있고 소모임이 어떤지에 대해 알려고조차 하지 않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왜 이런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대학생활을 잘 살펴보면 신입생 환영회, 개강모임, 체육대회, 대동제 등 1년동안 무수한 행사의 연속으로 되어 있다. 그것은 대학이 경직되거나 획일적인 것이 아니라 과학생회, 총학생회, 동아리연합회 등 오히려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이 적극적으로 찾아 참여하면 정말 보람있고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행사가 자기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고, 대학생활 자체가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행사들이 매년 똑같은 순서로 일정한 틀에 박혀 진행된다는데 있다. 내용에 별반 차이가 없고 형식이나 틀에 있어서도 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집회또한 하나의 틀속에서 획일화된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바로 자기 활동의 결과를 행사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조직의 속성에 있다. 행사는 원래의 취지가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수단으로 기획되나 추진과정에서 자체가 집행부의 목표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목적전도가 일어나면서 고정화된다. 아마 대학은 어떠해야 한다고 암묵적으로 단정짓는 것이 혁신을 일으키지 못하게 할지도 모른다. ‘대학다운’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행사 주최를 하는 사람들은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개방적이고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모습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미정(철학ㆍ1)양은 “과내에 있는 소모임이나 학회에는 내가 관심있는 부문이 아니라 아무데도 속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있는 행사에도 술을 억지로 마시게 하거나 너무 많이 마셔서 잘 참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90년대 들어와 더욱 다양해진 개성과 요구를 하나하나 조직에서 담보해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전에 행해졌던 행사와 틀을 답습하거나 당위성에 의해 강제해내기 보다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관심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원하는가를 파악해 다양한 형식으로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예전의 고민과 싸움을 쉽게 잊자는 것은 아니다.
  또한 중ㆍ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배어있는 순응주의에도 문제가 있다.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것을 그냥 받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공부 잘해 대학에 올 수 있다는것. 바로 이런 몰개성의 일방적인 교육제도 안에서 타성에 젖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소비적 대중문화의 파급또한 무시할 수 없다. 대학문화의 공동화현상에서 파고 들어온 대중 소비문화가 표준화를 통해 획일화 경향을 조장하는 것이다.
  먼저 그 모임만의 색깔과 주제를 명확히 하며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구심점으로 대학문화를 꾸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개성과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모임이 되도록 주체와 구성원 모두의 혁신이 선행되야 할 것이다.

박윤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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