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에 대한 배려(?)

  ‘이곳은 한 호프집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 남학생이 군대가기 전에 얼굴이나 보자고 술을 기울이러 모였다. 짧은 머리가 어색한 남학생에게 헤어짐의 아쉬움 속에서 건강한 군생활을 기원하고 있다. 분위기가 어느정도 무르익어 거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은 불그스레해졌고 그때 이미 군대를 다녀온 한 선배가 일어선다. 그리곤 복학생 몇몇을 중심으로 어떠한 ‘의식’을 치룬다고 한다. 갑자기 분위기가 어수선해 지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 친구는 선배에게 이끌려 ‘첫경험’이란 의식을 치루러 어디론가 간다. 남아 있는 여학생들이 무안해 하면서 어설프레 일어선다. 이것으로 군대가기 전 남동기를 위한 환송식은 끝이난다...’ 약간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학가 풍속중의 하나이다. 군대 가기전에 총각이라는 꼬리표를 떼어야 한다는, 특별한 경험을 맛보게 해 준다는 의미에서 치루어지는 남자들만의 특별한 의식인 것이다. 군대는 사회와 단절되어 있다. 남자들만의 공동 집합체이면서 가장 젊은 시기, 혈기 왕성한 시기에 약 3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게 된다. 3년이라는 긴 세월을 남자들만이 모여서 산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닐게다. 너무나도 당연하면서도 분단된 조국의 현실앞에서 군생활의 의무가 사람을 각박하게 만들게 되고 그런 군생활을 하기 전의 사회에서의 마지막 기회가 이 특별한 관습을 유도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런 현실적이며 표면적인 이유에서 이와 같은 관례가 행해짐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더욱이 선배들의 배려(?)로 치뤄지는 이와 같은 행위는 거의 만취한 가운데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치러지고 있다. ‘깨어보니 이상한 곳에서 있더라, 전혀 기억이 없다’라는 식으로 소중해야 할 첫경험이 결말맺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처음’이라는 것은 그것이 아름답든 그렇지 않든 ‘처음’이라는 횟수적인 의미만으로도 큰 가치를 지닌다. 심리학적으로도 처음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또한 처음이 주는 인생에 있어서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그렇기에 정상적인 경우라면 누구나가 첫인상, 첫사랑 등의 ‘처음’은 아름답고 소중한 것으로 채우고 싶어함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군생활에 대한 지원 및 격려가 되어야 할 환송식을, 함께 자리한 여학생은 아랑곳 하지 않고 겪지 못한 새로움을 맛보게 해 준다는 의미 이상은 없는 실례를 범하곤 한다. 만취한 가운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어지는 그 상황이 어쩌면 상대방에 대한 씻지 못할 기억이 될 수도 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군입대를 앞둔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한다. 진정으로 상대를 아낀다면 소중함으로 처음을 채울 수 있도록, 뭔가 의미있음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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