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이리하여, 지금도, 고독하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는 ‘나쁜피’와 ‘퐁네프의 연인’들에 이어지는 레오까락스의 러브 테마영화의 세번째 작품이다.
  영화의 대화는 통하지 않는 독백으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소년은 소녀를 만났지만 둘은 참으로 만나지 못한다. 그 만남이 그를 사로잡고, 그는 사랑에 사로잡히지만, 그를 들뜨게한 그녀는 다른 사랑을 꿈꾸기 때문이다. 그들은 화합하지 못하고 홀로 남는다. 허공에 떠도는 독백, 침묵에 뒤섞이는 복화술(한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인형이 말하는 것처럼 꾸미는 마술의 일종) 치유되지 않고 남아있는 자해의 상처, 이게 까락스가 구사하는 멜로 드라마의 참면모다.
  영화 도입부와 결말의 죽음을 통해 처음부터 고정된 고리를, 감독은 짐짓 멀쩡한 것인양 그대로 따라는 척 했을 뿐이다.
  까락스감독은 분명 사람을 그리워하되 이 세계에서 그것이 소통되리라는 믿음을 버린지 오래인듯 하다. 사랑을 위해 그의 영화는 멜로 드라마의 외피에 존재하지만 그것의 소통 불능을 알기에 멜로드라마의 제목을 따르지는 않는다. 그는 멜로 드라마의 익숙한 입구로 들어가지만 그 ‘익숙함’이 막아 놓고 있던 골목의 틈을 파고들어 전혀 다른, 인간 관계의 낯선 사잇길을 우리 눈 앞에 펼쳐놓는다.

박호윤(경영ㆍ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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