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고민이 새로운 시도를 부른다

  많은 사람들이 90년대에 대해서 대중가요가 새로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에 비해, 민중가요는 현저히 대중력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평가해 왔다. 그러나 이제 다시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 제도권의 몇몇 진보적, 혹은 파격적 노래들의 인기 구가는 70~80년대 언더그라운드 군-민중문예일꾼들을 포괄하는-이 일구어 낸 텃밭에의 잠식이었으며 그리하여 지금의 시기는 그러한 90년대 대중가요의 새로운 성과의 흡수와 수용을 바탕으로 한 ‘재도약의 시기’라고 말이다.
  지난 3월 30일에 발매된 조국과 청춘 5집 앨범에서는 그러한 재도약의 시기를 힘겹게 한 걸음씩 딛고 나아가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간 노래를 통해 하고자 했던 정당한 ‘발언’들은 합리적 핵심으로 가져온 채 새로운 음악적 형식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민중가요진영에서는 서정적인 포크나 행진곡 풍, 그 외에도 폴카 풍이나 발라드 등 여러 양식들을 골고루 선보여 왔었다. 그 중에서도 새로운 양식에의 시도로 가장 두드러지는 경향은 역시 록의 적극적인 수용이다. ‘천지인’으로부터 ‘작은 하늘’까지, 그리고 민중가요 진영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꽃다지’가 95년 가을콘서트에서 록으로 눈을 돌렸다는 점을 보면 민중가요의 록 실험양식이 광범히 이루어질 것은 이전부터 예감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이번 조국과 청춘 5집 또한 많은 부분이 록 음악으로 채워져 있다. 이것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대중성에만 치우쳤다. 혹은 시류에 따라 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가장 큰 비판으로는 ‘완벽히 소화도 하지 못한, 록이라는 소재를 도입했을 뿐더러 동시에 그 노래의 내면에 깊은 내용을 담지 못하는 오류를 범했다’(청주대 신문, 남노련 등)는 것이다. 이러한 발언은 록 양식에 대한 논란이 아직까지 정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조국과 청춘 5집의 가장 강렬한 메시지는 ‘희망’이었으며 ‘길찾기’혹은 ‘길 만들기’의 청년선언이었다. 95년 하반기부터 민중가요의 인기곡의 경향이 침체기 내지는 퇴조기의 분위기를 벗어난 것은 단지 노래만이 아니라 대중의 정서와 객관적 상황이 그러했다는 것이며 시대를 선도하는 청년의 정서를 노래해왔던 조국과 청춘의 발언은 적절한 시기에 강렬하게 터져나왔다.
  ‘청년시대’나 ‘문을 닫아’의 강렬한 사운드는 ‘완벽히 소화하지 못’했지만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적절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으며 ‘가자 철마야’는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우산’이라는 노래는 다른 민중가요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어떠한 직설적인 메시지도 없다는 데에서 의외성을 느꼈다.
  조국과 청춘 5집은 실험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양식을 선보였다. 그러나 새로운 양식들은 ‘실험’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현 시기의 정서를 대변하고 선도할 수 있는 메시지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차용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떠한 양식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한걸음 더나아가서 어떻게 한국 민중의 체취를 느낄 수 있게, 다시 말하면 ‘우리의 것으로’ 양식들을 가져올 것인가를 고민할 시기이다.
  조국과 청춘 5집은 그 미숙성에도 불구하고 그 주체가 학생 노래운동의 대표체이기 때문에 현재 민중가요 진영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험들의 대중적 검증이 가장 광범위 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이루어 질 수 있다는 데에서 하나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분석하고 예측하며 내일을 준비할 때이다. 그리고 놓지 말아야 할 마지막 한가지를 명심하자. ‘상황과 대중의 변화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풍부하다’

류미례<월간 민족예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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