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와 땀냄새로 엮어온 날들”

  “통역해 줄 사람 하나 없는 중국에서 혼자 훈련을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주머니돈까지 털어주시며 저를 중국으로 이끌어 주신 분들의 얼굴이 생각나더군요. 그리고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보아 주지 않는 곳에서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을 시작해야한다고 믿었고 그런 생각이 효과를 거두었나봐요.”
  봄볕 치고는 너무 뜨거운 운동장 한 가운데서 묵묵하게 한 켠을 차지하고 뛰고 있는 이명선 선수. 우람한 체격에 서글서글해 보이는 인상이 사람에게 호감을 준다.
  22년만에 부동이던 한국의 기록을 깨고 당당히 한국의 최고 기록자가 된 이명선 선수의 첫 출발은 국민학교 5, 6학년때 소년체전 입상이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접어들게 된 운동의 길은 적성에는 맞으나, 힘든 일도 많았다고 말한다.
  “수업을 마치고 나서 운동장으로 발을 옮길 때 집으로 향하는 다른 학우들이 너무 부러워 보일 때가 많죠. 특히 여름은 날씨는 더운데다 머리 꼭대기에서 비추고 있는데도 언제나 제자리에서 포환만 던지고 해는 있어야 하니까요. 게다가 단체종목도 아닌 탓에 함께 옆에 있어 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서 던지고 다시 줍고 사는 과정의 반복에 더  힘이 드는 것 같아요.”라며 말하는 이양은 운동이란 스스로와 싸워 나가는 과정이라고 쑥스러운 듯 말을 덧붙인다. 그리고 크리스찬인 덕에 훈련 중에 힘들 때면 언제나 기도를 드리면서 의지를 북돋우어 간다고.
  “93년에는 새벽에 훈련을 했었죠. 모두가 잠들어 있는 컴컴한 새벽에 혼자 나가서 연습할 때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다행히 그 때 노력한 성과가 그 즈음에 일어난 대회때 빛을 발했었죠.”라는 이양은 그 때 대회 당시 우승을 하고도 무감각해하다가 뒤늦게서야 기뻐했다고 한다.
  마찬가지 중국에서 힘든 싸움을 견디고 한국 기록을 22년만에 스스로 깼다는데도 아직 어벙벙하다는 이양은 하루에 수업 받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에 임한다고 한다. 1m기록을 갱신하려면 1년 가량의 시간이 걸린다며 인내로 이겨가고 싶다는 말도 함께.
  “앞으로 체육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예요. 세계기록을 갱신할만한 훌륭한 인재를 만들고 노력하는데 제 미래를 걸고 싶습니다.”
  지금도 운동장에 내리 쬘 햇볕에 얼굴을 그을려 가며 기록을 깨 나가기를 고대하고 애쓰고 있는 그의 어깨에 한국, 그리고 세계의 앞날을 걸어본다.

김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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