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발전의 새지평 컨벤션도시

Ⅰ. 머리말  

  오는 2000년 한국에서 열리는 제3차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ASEM)를 계기로하여 정부는 컨벤션시의 건립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서울, 대전, 경주, 일산, 서귀포 등 몇몇 도시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국제적인 대규모 회의를 개최키 위한 새로운 컨벤션시의 건립 타당성이 개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컨벤션시 구상의 배경을 살펴보면 국내의 현 여건에서는 국제규모 회의나 대규모 국제회의를 유치할만한 조건을 충분히 갖춘 도시가 없다는 상황판단에서 비교적 여건이 성숙된 도시를 찾아서 이곳에 대규모 컨벤션 센터를 짓는 등 지원정책을 통해서 국제회의를 개최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컨벤션도시 건설을 둘러싸고 각 도시간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은 아니라, 속칭 MICE(Meeting Incentive Exhibition)산업이라 칭하는 종합 이벤트 산업으로 발전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제회의, 각종 전람회, 이벤트등 다양한 회의산업 활동이 포함되며 높은 부가가치와 환경오염에 대한 염려가 없는 실속있는 지역발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도시는 도시의 위상을 높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양면적인 목적을 위해 회의도시 건설과 국제회의 유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본 원고는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외의 컨벤션시 건설 상황을 살펴보고 대전지역의 컨벤션시 건립 당위성을 개진해보고자 한다.

Ⅱ. 컨벤션도시 건설의 국제적동향

  21C를 접어들면서 4차산업의 일환으로써 회의산업과 이벤트개최가 도시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회의도시(Convention town)라는 명칭으로 구체화되면서 대규모 회의시설, 전문전시장을 포함하는 컨벤션센터(Convention Center), 이벤트시설, 호텔 및 편익시설을 함께 연계시켜 건설되고 있다.
  그 방식은 지역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겠으나 미국의 회의 및 이벤트 위주의 건설방식과 독일, 영국등 전문전시 및 회의기능에 주력한 개발방식으로 대별된다. 이에 반해 일본, 싱가폴등 아시아 선진지역에서는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대규모의 회의시설, 종합전시장, 숙박 및 지원기능 등을 묶는 도시형 모델로 발전시키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86년 개장한 뉴욕의 자콥, K, 자비츠(Jacob,K,Javitz)컨벤션 센터를 필두로 시카고의 멕코잌 플레이스(McCormick Place), 아틀랜타시의 조오지아 세계회의 센터(GWCC)등 세계적 규모의 컨벤션 센터가 대도시에 건설되어 있다.
  대개의 경우 국제회의, 무역종합전시, 이벤트개최 등 다양한 회의 산업유치를 통해 도시발전을 꾀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업은 주로 관민합동 개발방식을 추진하여 시행한다.
  이와 별도로 대규모 호텔과 회의장, 연회장들이 인극에 건설되어 상호보완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유럽에서도 회의도시건설은 매우 활발하다. 독일은 그 촛점으로 주로 박람회에 두고 있는바 하노버, 퀼른, 뮌헨, 프랑크푸르트 등 주요한 대도시마다 국제박람회장(Messe)을 건설하여 1년에 여러차례 국제적인 전문박람회와 회의를 개최하고 있으며 이것이 도시의 주요한 세수입원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도 지역균형개발 차원에서 건설된 중서부 버밍험시(Bumingham)의 국제 컨벤션센터는 런던에 필적할만한 회의 및 전문전시장으로 유명하다.
  특히 버밍험의 경우 인근에 국제공항이 입지되고 여기서 직접 연결되는 고속철도망에 의해 국제적 회의장소로 교통여건의 배려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서구의 경향은 싱가포르, 일본등에서 엿보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만납시다.(Meet in Sinngapore 95’)’라는 국제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의 가장 큰 목적은 싱가포르가 가지고 있는 국제회의 시설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국제적인 컨벤션 도시’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한 것이었다.
  ’97년에 완공될 도심부의 선텍 시티는 홍콩의 선텍그룹이 약 20억달러를 출자해 조성하고 있는 49만㎡규모의 초대형 회의 및 전시의 전용 시설로서, 싱가포르를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컨벤션 국가중의 하나로 만드는 견인차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선텍 시티를 대표할 시설물은 현재 다섯동 가운데 세동이 완공된 싱가포르 국제회의센터(SICEC)인데, 지난해에는 8월 개관과 동시에 예약이 2백여건이나 밀려들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도 동경도 임해부 해상도시, 요꼬하마 미래도시 21C프로젝트,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 인근의 테크노포트(Technoport)에서 공통적으로 국제 전시(Messe)장과 회의시설, 첨단업무 및 연구단지등을 구비하고 있다.
  일본의 컨벤션도시건설은 다분히 복합화 신도시의 건설모델로써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더우기 이들 도시뿐만 아니라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마다 컨벤션 유치기구가 만들어져 있고 어느정도 규모의 국제회의는 훌륭히 개최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해외의 사례에서 중요한 시사점은 컨벤션도시건설에서 중요한 사항은 회의시설위주가 아니라 컨벤션시설이 지속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전문박람회, 이벤트 개최가 매우 중요하며 여기에 고급숙박시설이 부가됨으로써 종합적인 컨벤션도시건설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Ⅲ. 국내의 상황

  한국에는 아직 본격적인 회의도시의 건설이 이루어져 있지 못한 상태이다.
  또한 제대로 설계된 전문회의장 성격의 컨벤션센터가 없다. 한국종합전시장(KOEX)과 무역회관, 실내체육관 그리고 특급호텔 대연회장 등이 있지만, 이름에 걸맞는 컨벤션센터는 아직 없다.
  한국종합전시장(KOEX)이나 체육관, 공연장을 다 합쳐도 대규모의 회의나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시설은 약15개 정도이다.
  호텔에 딸린 회의장 역시 대부분 지역에 산재된 60개 호텔에 2백50여개 정도 있으나, 2천명 이상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호텔부대시설은 2개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이러한 시설은 대부분 서울에 몰려 있어 지방도시에서 대규모 국제회의를 유치하려면 먼저 장소의 문제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1990년에 접어들면서 회의산업이 각광 받을 것을 기대하면서 몇개의 대도시에서 컨벤션센터 건설구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21C구상에서 제안된 컨벤션센터 건설, 대전 EXPO 국제전시구역내의 컨벤션센터 건설과 국제교류지역개발구상, 부산에서 추진되는 가덕도지역 국제전시장 건설구상 등이 있다.
  보다 구체적인 계획으로는 대구에 세워질 예정인 종합유통센터내 컨벤션 센터로서 현재 현상설계에 따라 설계안이 확정되었고 본 설계에 착수될 상황이다.
  이와같이 대도시들마다 적극적으로 건설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국제회의가 단순히 회의개최 차원이 아니라 대형국제회의, 전시회 및 종합이벤트를 한 장소에서 개최해냄으로써 도시의 위상을 높이면서 관련부분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회의 및 전시시설 건설계획을 뒷받침할만한 국제회의개최, 박람회, 이벤트개최 등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마련되지 않아 건설후의 운영이 문제점으로 대두될 수 있다.
 
Ⅳ. 아시아ㆍ유럽정상회담 개최와 대전지역 컨벤션시 건설의 당위성

  일반적으로 컨벤션시의 적정입지선정에는 국제적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여건 구비, 행사의 경험, 교통의 편의와 같은 기본여건과 더불어 행사개최를 통한 지역발전 파급효과, 지속적 활용 가능성, 국가적 차원의 효과 등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 입각하여 EXPO 93 개최도시였던 대전에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를 개최할 만한가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컨벤션시의 입지는 국제적 행사를 개최키 위한 경험의 축적과 시이미지 확보가 중요하다.
  대전시는 이미 EXPO 93을 개최하여 국제적인 행사를 성공리에 치루었다. 국제적인 행사개최의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며 본 행사를 치룸으로써 국내외에서 얻어진 국제도시로써의 위상 역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국제회의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설여건 측면에서 대전은 상당한 준비작업을 축척해 오고 있다.
  대전 EXPO 93 개최구역이었던 유성구 소재  EXPO 과학공원에는 8만 2천평 규모의 국제전시구역 활용부지가 21세기의 국가발전에 걸맞을 수 있도록 컨벤션타운으로 도시설계가 완료되었다.
  중요한 점은 당해지역의 개발계획이 ASEM개최계획 이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타도시들이 ASEM을 유치키 위해 급조한 계획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곳에서는 이미 일만평규모의 컨벤션센터를 포함하여 국제문화 교류센타, 기술교류센타, 특급호텔 등의 입지가 구획되어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한 지역에 이만큼 중요한 시설을 밀집시켜 건설의 준비가 갖추어진 도시는 보기 드물 것이다.
  본 지역의 계획이 가지는 강점은 회의, 박람회 및 종합전시장, 기술교류시장 등 다양한 회의 및 이벤트 개최가 가능하여 지속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현재 상황을 살펴볼 때 당해행사가 끝난 후 컨벤션타운이 지속적으로 국제적 회의장소로 사용되어져야 하는 문제도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EXPO 과학공원을 포함하고 있는 대덕연구단지는 과학기술의 메카로서 이 역시 컨벤션 타운의 위상과 발전가능성을 적극 지원해 줄 수 있다.
  현재도 매년 수십차례씩 개최되는 과학 관련 국제학술회의를 통해 대덕연구단지의 명성은 국내외에 충분히 알려져 있고, 과학문화센타, 엑스포국제회의장은 전문회의장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ASEM개최시 국제학술회의의 지속적 개최경험은 당해행사의 지원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행사후 대규모 회의장이 계속 사용되어질 수 있는 여건을 보여주는 것이다.
  넷째, 컨벤션시의 입지 결정에는 국제적인 귀빈을 편리하게 수송할 수 있는 교통여건의 구비가 필수적이다.
  교통의 관점에서는 대전이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속도로, 철도 등 편리한 교통여건으로 국내의 각종회의 및 행사를 개최하는데에 유리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국제회의 개최는 국제공항과 편리한 교통연계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 대전이 서울에 비해서 다소 불리한 여건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00년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 개최이전에 청주국제공항이 개항되어 본격적으로 활용될 것이며 경부고속철도가 완공되어 30여분이내에 서울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문제는 수월하게 해결될 수 있다.
  다섯째, 무엇보다도 대전지역이 가지는 강점은 국내 대도시로서는 보기 드문 도시발전의 역동성이 비춰지는 도시라는 것이다.
  대전에서의 행사개최는 한국의 발전 모습과 생동력이 가장 실감있게 비춰질 수 있는 도시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해외의 정상과 주요 인사들에게 관광 및 휴양의 여건을 주로 보이게 할 것인가, 아니면 도시의 성장과 국가적 발전잠재력을 보여줄 것인가에서 본인은 전자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대전은 인근의 공주, 부여등 백제권과 밀접히 인접되어 역사, 문화의 흔적까지를 느끼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구호로만 그쳤던 백제권 개발이 대전지역의 컨벤션시 건설과 인근 백제권을 연결하는 관광문화벨트 조성을 통해 본 궤도에 오를 수 있는 계기로 작용될 수 있다.
  끝으로, 대전지역에 컨벤션시 유치 당위성은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역발전의 파급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관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서울중심의 발전구도에서 균형발전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지방분산시책으로 국토의 중심부인 대전에 행정타운 조성, 연구단지 건설등이 이루어 졌고, EXPO 93 역시 이와 관련을 맺는다.
  이상과 같은 노력들이 컨벤션시 건립을 통해 비로소 최종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바이다.
  실제로 어떻게 이해될지 모르겠으나 대전지역에 여러가지의 중앙주도계획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권에는 자첵적으로 지역을 발전시킬만한 충분한 산업여건이 갖춰져 있지 못했기 때문에 그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21세기의 선도산업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첨단산업분야와 컨벤션시의 건립을 통한 4차 산업부류의 회의산업이 국토중심부인 대전의 신시가지 중심부에 유치될 때 대전뿐만이 아니라 수도권의 기능집중을 완화하면서 중부권의 발전을 선도하는 파급효과도 매우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Ⅴ.대전 국제회의도시 건설의 과제

  지금까지 설명한 국제회의도시의 다양한 모습과 건설효과를 바탕으로 국내에 아시아 유럽 정상회담이 개최될 경우 이를 유치하기 위해 대전의 컨벤션시 건설의 당위성은 여러측면에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사항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국제적인 컨벤션시 건설의 경험과 내용을 참조하여 당해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내적여건과 사업의 시나리오 작성이 필요하다.
  좀더 냉철히 이야기한다면 현 여건에서 엑스포 국제전시구역에 대규모 컨벤션센타와 이벤트장소, 각종교류 및 전시회를 가능케하는 시설계획을 마련하고 대전에서 준비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단계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엑스포국제전시구역의 개발사업이 추진될 수 있는 구체적인 청사진 작성이 필요하다.
  이미 소개한 바와 같이 대구에서는 컨벤션센타 설계가 끝나 본 설계단계로 들어가 있고, 서울지역에서는 국제회의를 개최할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고 ASEM행사를 위해 뚝섬에 다목적 국제회의장 건설계획이 진행중이다.
  서귀포와 경주는 관광 및 휴양도시로서의 쾌적성을 부각하고 있다. 대전으로서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전의 장점을 내세울만한 프로그램설정과 구체적인 작업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하루 빨리 컨벤션 센타 건립계획과 주체가 확정되고 호텔 등 관련시설의 사업자와 사업내용이 결정되어야 한다.
  국제적인 경향을 비추어 볼 때 일본의 오사카, 독일의 하노버, 영국의 버밍험, 미국의 아틀란타시의 컨벤션시 건설경험은 반드시 수도권 지역이 아니라하더라도 정책적 배려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개발의지를 통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경우 성공의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해준다.
  2000년대에 크고 작은 국제회의들이 많이 개최될 것이며 회의 및 이벤트산업이 도시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부분으로 각광받는 현상황에서 각 도시마다 컨벤션시의 유치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국제적 행사의 개최경험을 살릴 수 있고 컨벤션시의 건설을 통해 국가적, 지역적 관점의 파급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전지역 컨벤션시 건설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글을 맺는다.

오덕성(건축공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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