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정취가 캠퍼스를 가득 메우는가 싶더니 어느새 푸른 신록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냥 넋 놓고 바라만 보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풍경인지라 앙큼족(?)들은 친구들을 혹은 애인들을 대동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무리 중 유난히 눈에 틔는 족들이 있다. 신경 쓴 듯한 머리스타일에 어색한 양복과 치마 정장 그리고 구두까지. 이만하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티가 팍팍 난다 못해 일단 튀는 데는 성공한 듯 싶다.
이 눈에 틔는 무리들은 바로 졸업사진을 찍는 예비 졸업생들. 취업준비 하느라 도서관에 짱 박혀 하루하루 체육복 패션을 고수하던 이들은 그야말로 ‘졸업사진’ 한 단어에 비상이 걸린다. 일단, 헤어스타일의 변화. 기름진 머리를 감추기 위한 모자를 벗어 던지고, 야무지게 묶어 제낀 올백 스타일의 머리도 풀어헤친다. 간만에 미용실에 들러 “신경 써주세요”라는 말로 모든 걸 대신한다. 자신의 변화된 헤어스타일에 만족하며 미용실 문을 나서니 당장에 입을 그럴싸한 정장 한 벌 없다. 이런… 결국 부모님을 꼬시고 꼬셔 값비싼 거금을 지불하고 변화된 헤어만큼이나 화려한 정장 한 벌을 구입한다. 그러나, 이걸 웬걸! 헤어스타일, 정장을 맞추고 나니 신발이 또 걸린다. 평소에야 편한 운동화가 으뜸이지만 정장에 운동화를 신을 수는 없는 일. 그동안 용돈 아껴 꼬불쳐 두었던 돈까지 털털 털어 구두도 한 켤레 장만. D-day가 코앞으로 다가오면 ‘사진 빨’에 뒤질세라 찜질 방과 피부관리소를 문 닳도록 드나들고 각종 천연 팩에 심지어 성형외과까지.
이 정도면 졸업앨범 하나에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 신문에서 보았던,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대학교 여학생들이 쓰는 돈이 많게는 수백 만원까지 든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다. 물론 대학교 때의 젊음과 싱그러움을 사진에 담으려는 욕심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수 백 아니 수 십 만원을 들이면서 자신이 아닌 꾸며진 다른 ‘나’를 싣는다는 것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졸업사진 몇장이 위화감 조성까지 이어지면서 돈 없으면 졸업앨범에 자신의 얼굴도 못내미는 지경이니! 수십만원 가는 사진 한 장은 길이길이 가보로 남길 대단한 사진임에 틀림없다. 갑자기 무리하며 먹은 음식은 체하기 마련이다. 우린 지금 체할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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