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정책 발상전환 시급

 5월말에서 6월초, 농민들은 모내기로 한참 분주하고 힘든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인 지난 20일, 정부는 농민들의 사기를 또 한번 꺾어놓았다. 우루과이라운드 타결후 의무적으로 수입하게 될 올해의 쌀 수입량 44만섬을 가공용이 아닌 식용으로 수입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지난 93년 농민들은 대통령의 모습을 TV에서 보는것 마저 꺼려했었다. 불거졌던 쌀수입 반대의 국민적 공감대를 거스르고 자신의 공약까지 파기하면서 쌀수입을 결행했기 때문이다. 그 만큼 대통령의 정책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그보다 국가경쟁력이니 국제화니 하면서 떠들어대는 대규모 과학농법이라는 것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신농정계획과 농민에게 타격을 입히지 않을 점진적 쌀수입개방의 약속에 약간의 자위를 땅을 일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러한 농민들의 사기저하는 92년을 정점으로 쌀 자급률을 떨어뜨렸고, 현재는 92년보다 쌀 생산량이 8백만섬이나 줄었다. 문제의 핵심은 우루과이라운드협상 타결로 인한 농민들의 쌀농사 기피현상, 즉 사기저하였다. 이번 식용쌀 도입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미봉책에 불과할뿐 장기적으로 쌀 자급률의 계속적 저하를 가져올 것이고 이것은 식용쌀 도입의 증대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결국 민족자주권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때 가졌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근신안적 농업정책의 근본에는 농업문제에 대한 무지와 재벌위주의 경제정책이 깔려있다. 이러한 주장은 이번 국회개원과 동시에 터져나올 통합의료보험 문제에 대한 그동안의 정책적 자세를 보면 증명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은 크게 직장, 공무원, 지역 의료보험의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농민들은 구조적으로 많은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지역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심지어 중소기업의 사장보다 더 많은 의료보험료를 내고 있는 농민들도 부지기수라고 하니 사회복지의 기본이념마저 망각한 제도라고 하겠다.
 이러한 의료보험제도를 통합하면 농민들의 부담을 줄이고,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역의료보험과 어느 정도 재정을 확보하고 있는 타 의료보험의 형평을 맞출 수가 있을 것이다. 지난 노정권 시절 농민들의 요구를 담아 국회까지 통과한 통합의료보험 법안을 대통령이 불신임했는데, 보사부를 비롯한 의료보험 연합회 간부, 재벌들의 로비설이 나돌았었다. 당연 기득권세력은 자신들의 이익을 내 놓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정부뿐이지만 유유상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소 잃고 외양관 고치지 않으려면 정부측의 조속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 근본적으로 농민들의 사기를 올릴 수 있는 직접지불제도(정부가 개입하여 농민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제도)와 통합의료보험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더불어 농지이용 규제완화 정책을 철회하여 농지를 충분히 확보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수매, 방출과 유통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부측의 사고전환 만이 조국농업을 지키기 위한 첩경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농민 봉기의 역사가 우리에게 엄중히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자천하지대본이다. 농민을 분노케 하지 말라’ 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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