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네비게이션 '0번 아주머니'

                                  ▲ 위 사진의 왼쪽부터 배길자씨, 최영자씨.

 “총학생회요”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전화기에서는 “6006”이라는 대답이 나온다. 답변자의 놀라운 속도 때문에 통화는 채 3초가 되지 않는다. 그 동안 전화를 걸었던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냈던 ‘0번 아주머니’ 총무과 최영자, 배길자씨를 처음 충대신문에서 만나봤다.

 하루에 5백통까지 세다가 포기했죠
 ‘학내 전화로 ‘0’번을 누르면 교환실 아주머니에게 연결 된다. 학내 기관의 이름만 대면 전화번호를 신속하게 알려주는데 그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 일을 교대로 하고 있는 최영자, 배길자씨는 30초마다 한번 꼴로 울리는 전화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곳에서 일한지 30년이 됐다는 배길자씨. 하루에 몇 통의 전화가 오냐는 질문에 “너무 많아서 셀 수 없다. 예전에 5백통까지 세다가 포기했다”며 대답을 대신했다. 또 “너무 바빠서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며 교환실의 분주한 상황을 이야기 한다. 실제로 인터뷰 중에도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벨 때문에 이야기가 중간 중간 끊어지는 상황이 반복됐다.
 
 암기 비결은 ‘30년이 넘는 세월’
 학내에 연결 된 전화는 무려 3천 여 개. 이 많은 전화번호를 외우는 비결을 최영자씨는 “30년 넘게 근무하다보니 자동적으로 외워지더라”고 말했다. 그들은 단순히 학내 기관 전화번호 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외부에서 걸려온 전화에 답해주고 문의 내용을 듣고 어떤 기관에 적합할지 판단해 적재적소에 전화를 연결해 준다. 최영자씨는 “이를 위해서 학내 기관의 역할을 잘 파악하고 학내 사항을 잘 알고 있어야한다”며 “수 백 개에 달하는 학내 기관의 역할을 파악하는 것 역시 30년 동안 일하면서 자동으로 익힌 것”이라 말했다. 인터뷰 중에는 마침 등록금 최종 납부일이라 경리과를 찾는 문의전화가 많이 걸려온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곳은 어디냐는 질문에 배길자씨는 “시기마다 다르다”며 “등록금 납부기간에는 경리과, 입시기간에는 입학관리과, 또 공연이 있을 때는 정심화 홀”이라 대답했다. 

 전화 길잡이로 산다는 것
 최영자씨에게는 기억에 남는 전화 한 통이 있다. “외국에서 한 교수님을 찾았는데 학내 전화로는 연결이 안 되어 휴대전화를 알아내 연결한 적이 있다”는 최씨. “후에 그 교수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중요한 전화였다고 고마움을 전했다”며 그녀는 이럴 땐 일의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항상 고맙다는 인사만 받는 것은 아니다. 교환실은 점심시간에도 휴식 없이 운영되지만 대부분의 학내 기관은 점심시간인 오후 12시에서 1시 사이에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 때 전화를 받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교환실로 오는 경우가 있는데 심한 경우 공무원을 들먹거리며 화를 내기도 해요”라며 배길자씨는 이럴 때가 가장 곤란하다고 말한다.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 곳을 지키며 우리학교의 ‘전화 길잡이’ 역할을 해온 최영자, 배길자씨. 그들이 바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우리 학교를 위해 애쓰는 숨은 공로자가 아닐런지. 

      ▲ 위 사진은 두 분의 손과 눈에서 하루종일 떨어지지 않는 전화기와 빼곡히 적힌 전화번호들.

     오효진기자 ohhappy@cnu.ac.kr
 사진 / 진희정기자 swhj@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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