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돋보기를 든 사나이

 

 오늘 당신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 공무원 문제집과 토익 책에 붙잡혀 살고 있진 않는가?
 시청자가 만든 영상을 방영해주는 KBS ‘열린채널’에 우리학교 졸업생 문상철(언정·02)씨가 만든 다큐멘터리가 방송됐다. ‘신자유주의에 볼모 잡힌 젊은 그대’라는 제목의 영상은 취업에 쫓겨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대학생들에게 한번 쯤 진지하게 생각할 문제를 던져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젊은 그대, 대학생의 이름으로 부딪쳐라”
 지난달 23일(금), 문상철씨는 ‘열린채널’에서 받은 상금을 학과에 전달했다. 이에  사과대에서는 문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지금 군복무 중이라 어렵게 학교를 찾았다는 문씨는 “군에서 전례가 없는 일을 만들었다”며 “교수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지 못했다”고 말하며 머쓱해 한다.
 처음 문씨가 사회비판 다큐멘터리를 만든 다고 했을 때 선배들이 “대학생이 다큐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지만 “자신이 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전달하고자하는 진실성이 있다면 무조건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지방대 학생이라서,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서 등은 핑계”라며 “1,2학년은 기회와 시간이 많기에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한다.
 문씨가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어려웠던 점은 전문 기술이 아닌 인터뷰 섭외를 꼽았다. “방송국, 신문사 기자의 신분이 아니기에 취재원을 섭외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특히 그가 만드는 다큐는 사회비판적 내용이었기 때문에 취재원이 더욱 민감했지만 대학생이라는 순수성으로 취재원에게 다가갔다.
 “만약 제가 성인이라면 취재원들이 제가 찍는 다큐가 다른 용도로 사용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겠지만, 오히려 대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도와준 것 같다”고 말하는 그다.

 진심을 담는 프로듀서
 그는 벌써 다큐멘터리를 몇 편 찍은 아마추어 PD다. 혼자 기획부터 편집까지 책임진다. 촬영을 위해 카메라, 기획서, 삼각대 모든 장비를 혼자 들고 다녀야 하기에 그것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다. 문씨는 “‘신자유주의에 볼모 잡힌 그대’ 촬영 당시 인문사회 서점인 ‘그날이 오면’을 어떻게 찾아 가는지 몰라 무거운 장비를 들고 한 시간 정도 계속 걸은 적도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편집하다 보면 12시가 다되어 피곤에 지쳐 집에 간다”고 말하는 그지만 표정은 밝기만 하다. 또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그의 시각만으로 만들면 주관적일 수 있어 매일 기획을 만들어 교수님과 상담도 하고 학과 선배들의 도움과 평가도 받았다고 한다.
 “제목을 저당 잡힌 젊은 그대라고 말하기도 하고, 격려하는 사람들에게 연락이 오기도 하고, 마산 4.19 영상에서 쓸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오기도 한다”며 방송이 나간 후 이런 반응들이 신기하고 뿌듯하다는 그다. 특히 영상 내용이 자기반성뿐만 아니라 후배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기에 대학생들이 잘 봤다며 전화 줄 때 더욱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평소 행복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을 관찰하고 싶었던 그가 만든 또 다른 작품은 ‘나는 네 삶이 아름답기를 바란다’라는 공개입양 다큐멘터리다. 전국에 있는 복지관과 미혼모 시설에 연락을 했지만 허락을 받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술과 재력은 없지만 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과 의지는 어느 PD보다 더 커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그의 진심이 통해 촬영 허락을 받고 입양을 슬프고 힘든 것이라는 부정적인 면이 아닌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로 밝게 만들었다. 이 공개입양 다큐멘터리도 ‘열린채널’에 방송될 수 있었지만 “만든 다큐를 10분으로 줄이면 보여 주고 싶은 의미가 줄어들기에 결국 방송을 포기했다”고 한다.

 세상과 소통하는 PD
 문씨의 꿈은 ‘세상과 소통하는 PD’가 되는 것이다. 문씨가 꿈꾸는 PD는 “세상의 한 부분임에도 가려지는 부분을 보여 주고 싶어 돋보기를 들고 세상보기, ‘퍼블릭 액세스’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퍼블릭 액세스’란 일반인이 직접 기획·제작한 영상물을 그대로 방영하는 KBS의 ‘열린 채널’처럼 매체에 대한 시민들의 직접적인 접근과 참여를 말한다. 문씨는 “앞으로도 세상과 소통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계속 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얼마 전 혁신인력개발원에서 우리학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학우들이 가장 관심 있는 것은 진로와 적성, 제일 걱정 되는 일은 취업이라고 한다.
문상철씨는 이런 대학생들에게 다시 말한다. “대학생이라면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의 특권을 누리고 후회 없는 대학생활을 하라”고, “저도 많이 못해 봤기에 후배들은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해봤다고 말 할 수 있는 대학생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중국에 7번 여행하고 2005년도에는 유럽을 다녀왔다. 여행을 하는 동안 배운 것이 많아 블로그에 여행수기를 쓰며 느낀 점이 많단다.

 그리고 여행 관련 모임에서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의 저자 한비야씨가 문씨에게 해 준 말을 떠올렸다. ‘사람은 나이 들어 죽는 것이 아니라 그의 열정이 깨지면 죽는다’. 진실성 있는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문상철씨의 다큐멘터리 ’신자유주의에 볼모 잡힌 젊은 그대’는 blog.naver.com/yeban2004에서 볼 수 있다. )

 

 

 

 

 

 

임지은기자 peterpan@cnu.ac.kr
사진-진희정기자 swhj@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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