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本)을 지켜온 김철호(국문 . 82)동문

 

등산을 하다보면 중간 중간 힘에 부치기 일쑤다. 그 때마다 등산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그 순간 자신을 추스르고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자에게 산은 정상을 허락한다. 인생도 등산과 같아 매 순간 위기와 실패에 직면한다. 이 때 얼마나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게 목표를 향했느냐는 성공에 다가갈 수 있는가 없는가의 열쇠가 된다.
 끝없는 실패에 인생의 나락으로 앉았음에도 원칙과 근본, 그리고 희망의 힘으로 다시 선 우리학교 동문, ‘본죽’김철호 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충남대학교 동문, 학우들에게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A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꿈을 꾸는 죽 장수 김철호 입니다. 2007년 밝은 새해에 여러분과 만나 뵙게 되어 대단히 반갑습니다. 올해가 동문 여러분 모두에게 희망과 축복의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Q ‘본죽’을 열기 전까지 힘든 시절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믿음으로 극복해 나갔습니까?
 A 살아가는 데에는 변치 않는 원칙과 근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본죽’의 이름인 ‘본(本)’입니다.
인생의 항로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를 ‘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본’을 지키는 사람은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본’에 충실한 사람은 당장은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결국에는 가장 빨리 목적지에 닿을 수 있습니다. ‘본’은 사업 초기보다 더 정확히 자신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기준점이 되어 줍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에게 ‘융통성이 없다’며 때에 따라 원칙을 바꾸는 것이 융통성 있는 것마냥 보이게 했다. 하지만 자신의 원칙을 지키며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철호 사장의 말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좋은 기준이 될 것이다.

Q ‘죽’하면 ‘속이 불편할 때, 입맛이 없을 때 먹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죽’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A 죽은 본래 환자나 노약자나 어린 아이, 속이 안 좋은 사람이 먹는 걸로 알려졌잖아요. 저는 ‘얼마나 좋은 음식이면 어린아이나 노인 분들께 줄까? 그 좋은 음식을 일반인들도 먹게 하면 좋지 않을까?’하는 역발상을 한 겁니다. 우리 고유의 ‘죽’을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고급 음식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죠. 사고의 전환이 ‘본죽’을 대표적인 죽 전문 브랜드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음식 장사에는 변하지 않는 소신과 원칙이 있어야합니다. 본죽은 한 그릇 한 그릇 고객 한 분을 위해 정성껏 죽을 끓여 ‘맞춤 죽’을 제공합니다. 전국 ‘본죽’ 가맹점 중 한꺼번에 미리 죽을 쑤어놓고 파는 곳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고집스럽게 한 그릇씩 쑤겠다는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어렵지만 그것이 저희 ‘본죽’의 경쟁력이기도 합니다.

 쓰레기 만두, 단체 식중독 등. 이윤을 위해 양심을 파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식객(허영만 저, 우리나라 음식에 관한 만화책)’ 중에 ‘살인은 한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음식은 여러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외식업만큼 정직하게 고객을 위해야 하는 장사는 없을 것이다. 발상의 전환과 정직한 마음, 이것이 새 시대의 키워드임은 분명하다.

Q 한 때 ‘정장입고 호떡 파는 아저씨’로 유명했는데, 왜 하필 정장을 고집했습니까?
 A 제가 정장 차림을 고집한 것은 ‘나 자신’을 존엄하게 대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 역시 나를 존엄한 존재로 인정하지 않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정장을 입고 장사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호떡 장사를 그만두던 그날까지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고집했습니다. 호떡 하나를 팔더라도 남과는 다른 접근을 해야겠다는 뚜렷한 의지가 있었던 것입니다. 반드시 다시 일어서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당시에는 저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사업의 실패와 힘들었던 몇 년의 시절,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과 가정을 위했던 그의 노력. 현재 김철호 사장의 모습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Q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어렵습니다. 젊은 후배들에게 힘이 될 조언 부탁합니다.
 A 저 또한 큰 딸이 대학에 다니고 있어 요즘 대학 이야기를 자주 접합니다. 저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긍정적인 생각과 미래에 대한 소망의 끈’만큼은 놓지 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어려움을 당할 때마다 그것이 자신에게 주는 의미를 깨닫고 더 낮아지는 법을 배우려 노력해야 합니다.
 후배 여러분들이 무슨 일을 하든지 긍정적인 생각과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자신만의 색깔과 시각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과 같은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느냐는 것입니다. 현재는 부족한 것이 많더라도 자신만의 색깔과 시각으로 정진한다면 분명 다른 사람들이 도달하지 못한 자신만의 분명한 목표 지점에 도달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는 오지만, 누구나 힘들어하지는 않는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희망을 놓지 않는 법, 그것이 김철호 사장이 전하는 말이며, 우리가 김철호 동문에게 배울 점이 아닐까?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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