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바람 타고 ‘반공영화’ 뜨다

  지금까지 모든 역사와 사회는 보수와 진보라는 두개의 톱니바퀴가 함께 맞물려서 굴려왔다. 그런데 지금, 곳곳에서 보수회귀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국방ㆍ경찰예산 증액 움직임과 더불어 지난 4일, 강삼재 신한국당 사무총장이 안기부 수사권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25일에는 경찰청이 풍기문란 및 성범죄 예방을 위해 신체를 지나치게 드러낸 행위에 대해 경범죄 처벌법을 적용해 무기한 단속에 나선다고 했다. 심지어는 지난 7월초 개봉됐다가 흥행에 참패해 2주만에 막내린 영화 ‘알바트로스’(감독 이혁수)가 예비군 교육대상자가 관람할 경우 2시간짜리 시청각 안보교육을 대체해준다는 조건을 달면서 5일 재개봉하는 일까지 나타났다.
  ‘알바트로스’는 차인표와 이정재, 강리나가 출연하여, 국방부와 대일필름이 23억원의 제작비를 공동 투자하고 국군홍보관리소가 전폭적인 제작 지원을 해 만들어진 영화이다. 6.25때 포로로 잡혀 40년간 북한의 정치수용소에 있다가 94년 10월 탈출한 조창호씨의 실화를 소재로 했다.
  해방 우익 세력이었던 경민은 국군소위로 전쟁에 참가하고 평산은 인민군이 된다. 인민군의 포로가 된 경민이 평산의 전향 권유를 뿌리치고 30년간을 기다려 탈출한다는 것이 표면적인 줄거리이다. 그러나 영화의 실제 초점은 귀순자의 증언을 토대로 한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혹한 실상과 경민의 불굴의 군인정신을 보여주는데 맞춰져 있다. 영화속의 북한군은 모두 악당들이고 경민은 강하고 착하며, 반공이념으로 무장돼 있다. 이 영화는 70년대까지 이어져오던 낡은 반공영화의 전형이다.
  예전에 1차 개봉전부터 영화관람한 예비군에 한해 하루분 교육면제를 해달라는 대일필름측의 요구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적용에 있어서 문제점이 적지 않다. 교육면제를 노려 표만 사고 영화를 보지 않는 경우 국방부에서 의도한 교육효과는 거두지 못하면서 제작사와 극장의 이윤만 챙겨줄 수 있다. 또한 시장에서 대중의 평가가 끝나 종영된 작품을 예비군용 교육소재란 영화외적 논리로 재개봉하는 것은 문화상품으로서 영화의 의미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도 있다. 국방부는 최근 한총련사건을 계기로 국민의 안보ㆍ반공의식을 고취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으나 여전히 설득력은 약하다.
  안기부의 수사권 확대, 과다노출 단속, 면제조치를 미끼로 하여 관객을 유도하는 반공영화의 재개봉. 이런 것들이 보수성향 유권자들을 최대한 여권으로 끌어들여 권력누수로 이어지는 김영삼 집권 말기의 정권재창출 작업과 관계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이 사회는 정녕 70년대로 돌아가려는가?

박윤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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