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로 서기 위한 전제

  “진리와 자유를 가르치는 대학 맞습니까?” “학교의 검인을 받지않은 이적 표현물로부터 선량한 학생을 보호해야 한다.”
  지난 5일 오전 11시 연세대 도서관 앞에서 교수와 학생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나온 말이다. 연대항쟁과 관련된 대자보를 떼어내려는 교수와 이를 저지하려는 학생들 때문에 생긴 일이다.
  교수가 직접 떼지만 않았을 뿐이지 이번 사건과 비슷한 일이 우리 학교에서도 벌어졌다. 지난 11일 우리 학교 곳곳에 붙어있던 플랜 카드와 대자보들이 대학본부 학생과 직원들에 의해 훼손되어진 것이다. 이에 지난 13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서는 총궐기에 맞춰 학내 규탄집회를 갖고 대학본부로 항의 방문을 갔다.
  12일 대학 종합 평가단이 방문함에 따라 잘 보일려고(?) 훼손시켰는지 아니면 역사를 거스르는 보수의 논쟁에 합류하려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아니 여기서는 이런 물음이 없더라도 상관없을 정도로 명백한 모순점을 안고있다.
  대학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라는 물음부터 출발해보자. 우리가 대학을 다니는 것은 대학으로부터 학문을 배우기 위함이다. 그리고 학문은 진리를 밝히기 위한 것이다. 진리가 어차피 개인의 가설에서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이를 인정받으려면 수많은 이들의 검증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검증을 위해서는 토론의 장도 당연히 마련되어야한다. 그 장 중에 하나가 바로 대학내 대자보 문화였다. 이 문화는 어느 공간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대학만의 자랑스런 고유한 문화인 것이다. 정부나 관제언론 등에서 대자보가 좌경용공의 이념을 전파한다는 변명으로써 이를 규제한다. 하지만, 이런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무슨 진리고 학문이고 있겠는가. 그리고 이것이 무슨 대학의 진정한 모습이라 하겠는가. “대학에 들어와서 제일 특이하게 보인 것이 바로 대자보 문화였어요. 근데 이번 사건을 보니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이 무시되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라고 이를 지켜본 박현진(심리ㆍ1)양은 말한다. 요즘 사회 전반을 살펴보면 ‘보수로의 회귀’라는 말이 확신이 들 정도로 시대착오적인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대자보 철거에 대해서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역사가 아무리 거슬러 올라간다고 개인의 의사 표시 조차 막는 것은 도대체 어느 시대인가?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조차 막는 시대는 어느시대인가? 라고.

조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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