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시대의 대학사회

  지난 8월 한달 동안은 한총련의 연세대 점거사태 이후 ‘좌경학생’을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언론 때문에 나라가 온통 시끄럽더니만, 9월에 들어와서는 기업체들이 재고부담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불황극복의 방법으로 인건비 절약 차원의 ‘명예퇴직’을 전사원들에 강요하는 바람에 또 한번 나라가 온통 대소란을 경험하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내년도의 경기도 계속 흐림이라고 불황을 예측하고 있다.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해 9%보다 훨씬 낮은 6.9%로 추정되며 내년에는 이보다 더 낮은 6.7%에 그칠 전망이라며, 이는 재고누적 등 경제의 전반적 여건이 불투명해 기업투자가 위축되고 경상수지 적자도 올해 1백 83억 달러에서 내년에도 1백 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불황시대를 사는 대학인들의 마음은 일반시민들의 마음 못지 않게 결코 유쾌하지 못하다. 우선, 우리 대학의 경우에도 매년 4천명이 넘는 졸업생들이 나오고 있다. 기업체들이 재고누적이나 인건비 절약 등의 차원에서 다운 사이징으로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버린다면, 그들이 졸업후 취직을 하는 것이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특히, 지방대학 학생이 입사원서를 내면 면접시험조차 치르지 못하는 사태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것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학문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교수는  대학생의 취직문제는 물론 그들의 가정생활에서 금전적 어려움을 겪을 때 마음이 더욱 더 초조해진다. 어떤 사람들은 교수는 학자이기 때문에 금전문제에 초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수 한 가정의 식구수가 모두 4인이라고 가정할 때, 그들 가족의 1인당 평균소득은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에 낙오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학교수가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말할 용기도 나지도 않으며, 대학공동체는 교수와 학생들이 모두 시대의 피해자라는 허망한 생각에 파묻히게 된다.
  대학교육의 개혁은 경제불황과는 무관하게, 진정한 의미의 ‘개혁’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성취될 수가 없다. 김영삼 문민정부는 민주화에서 세계화로 경쟁력을 키우고, 우리 나라가 21세기에는 세계 1류국가로 탈바꿈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정부는 교육개혁을 추진하였으며,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주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도 김영삼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교육예산 확보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기업체 등이 불황에 휩싸여 있다고 그들의 ‘정리해고’를 방관하거나 21세기의 미래상을 담당할 대학교육, 특히 지방대학의 육성발전에 적절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대학공동체의 교수와 학생들은 또 한번 큰 상처를 입어 회생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 확실하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경제불황에 시대에는 으레 과소비를 억제하라고 강조하면서, 내핍생활을 강제한다. 우리는 현재 불황의 늪은 1980년대 이후 기업체들이 과학기술에 투자해야 할 자본을 땅투기에 써버렸을 때부터 예고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이 일찍부터 대학과 연구소에 적정한 투자를 하여,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학문적 자원을 축적하도록 유도하였다면, 이같은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자리를 빌어, 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헤맨다고 기업체의 손을 들어 주어서, 정부가 졸업생 취직문제는 물론 대학교수의 처우개선 문제에 수수방관하거나, 또 한번 관제언론을 통하여 국민 전체에게 인고의 미덕을 키우도록 선전하는 ‘잘못된 작업’에 골몰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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