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동향, 위기인가 과장인가

  ’95년 4/4분기이후 우리 경제동향에서 생산(성장율), 물가, 국제수지 등 거시지표는 모두 악화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생산은 ’95년 3/4분기에 9.7% 성장했던 것이 4/4분기에는 급격히 냉각되어 6.6%성장에 그치고 금년 들어서도 하락세가 지속되어 계속 6%의 성장에 머물고 있다.
  체감경기는 이보다 더 나쁘다. 반면에 소비자물가는 95년 3/4분기에 4.0%(전년동기비) 올랐던 것이 이후 계속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급기야 금년 2/4분기와 3/4분기에는 목표를 넘어선 5%대의 상승으로 치닫고 있다.
  경기하강과 함께 기업 경영조건 악화로 작년에는 평상년도의 2.5배에 해당하는 1만 3천여개의 중소기업이 도산했다. 금년 상반기에도 이 추세가 가속되어 도산이 속출하고 있다.
  대기업(재벌)은 반도체, 철강, 유화, 조선 등의 수출격감과 가격하락으로 재고누증과 이윤율이 정상년도의 2/3에도 미달하는 10%이하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 때문에 기업 특히 대기업 집단은 경쟁력확보와 경제적 위기감 조성을 배경으로해서 해고, 임금동결, 노동억압 등 이른바 피용자 희생을 중심으로하는 효율화 촉진책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평가는 걱정했던 성장률이 금년 2/4분기에도 6.7%나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여 장기침체등 위기감을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
  작년 하반기 이후의 경제동향은 경기순환상 하강세와 고비용 저효율 등 구조적 결함의 상승작용으로 본다. 지금의 경기악화가 순환상의 하강국면이면 대응책보다 자연치유책이 적합하다는 원리에 유의해야 한다. 기업측에서는 반대로 높은임금ㆍ이자ㆍ지가ㆍ물류비용 등 고비용 체질과 낮은 생산성 등 구조적 요인에 의한 장기침체성을 우려한다.
  반도체등 주력 수출품목의 수출 가격폭락과 세계적 선도성장산업 부재를 이유로 해서 우리경제가 장기침체성 위기국면임을 강조한다. 지금의 경기가 구조적이면 경기순환상 하강국면일 때에 불필요했던 적극적인 대응책 즉 구조 개선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은 구조적 결함과 장기침체에 대한 대응책으로 경제정책의 보수화(保守化)를 요구하고 있다. 그 내용이 임금동결, 해고 등 노동시장의 유연화, 노동억압은 물론이고 부채누적을 방치한 채 이자율 하락을 요구하는 한편,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공급요구 등이 그것이다.
  이 두 개의 상반된 경기감각은 첫째가 최근의 경기침체에 대한 순환성과 구조성에 대한 인식여부, 둘째가 평균적 집계적 경기감각과 개별ㆍ기업적 감각의 차이, 세째가 우리경제의 장래에 대한 신뢰여부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기득권집단의 성격으로 보면 진실보다 이해관계의 상반성에 의존한다.
  최근의 경기침체와 물가오름세 그리고 국제수지적자는 분명히 경기순환상의 침체국면과 우리경제 구조의 경쟁력약화가 복합된 결과이다. 70년대이후 지금은 여섯 번째인 93년 1월을 저점으로 95년 3/4분기까지 상승국면이 지속되어 작년 4/4분기부터 하강국면에 이르는 것이 추세였다. 거기다가 반도체와 자동차 등 현재까지의 선도성장업종을 제외하면 뚜렷한 장래의 선도업종도 없다. 그런데도 고비용, 저효율 체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우리경제상황이 성장, 물가안정, 국제수지 등 모두 악화국면에 있는 것도 사실이고 장기침체 가능성을 보이는 구조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경제에는 구조적 경쟁력 강화력이 충분히 존재한다. 대학과 기업등 국민의 촉발적인 경제의지와 테크놀로지 혁신력은 아직도 우리 국민에게 깊이 잠재하고 있다. 과제는 이 잠재력을 끌어내서 현실화 해낼 수 있는 정책내용과 정치력 그리고 지혜이다.
  분명히 지금의 경제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파국적, 장기침체적 위기국면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 경제상황을 너무 위기국면으로 과장해서 일방적이고 무차별한 임금동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빙자한 해고압력, 노동억압, 거대기업들의 과다부채율, 축소없는 일방적 인위적 금리인하, 과도한 환율평가절하와 물가회생, 국제수지방어 포기등은 절대 금물이다.
  진정 구조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은 고비용 저효율 체제를 극복하는 한편 폭발적인 테크놀로지 혁신을 지향하는 국민통합력을 발휘하는 지도력이다. 그것은 정부와 기업의 몫이다.

전철환 (경제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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