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방송에서 왜곡되는 민의

ㆍ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

  지난 4ㆍ11총선 열흘 후, 이탈리아에서는 중도좌파연합 올리브동맹이 벨루스코니 전 수상의 자유동맹을 누르고 2차 대전 이후 최초의 좌익정권을 선출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91년, 93년에 걸친 ‘선거법 개정’이라는 큰 변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아슬아슬하게 여소야대가 되더니 결국에는 신한국당이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여대야소를 창출했다. 민의를 역행하는 신한국당 역시 문제가 있겠지만 그 이전에 여당에게 141석이라는 과반수에 가까운 의석수를 주게된 현행선거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현행 선거제도는 우리나라의 지역분열주의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고, 그에따라 인물중심의 정치를 지속되게 하고 있다. 각 정당간의 정책대결이 아니라 거의가 지역을 강력한 기반으로 정략싸움을 하고 있고 이를 각 당의 당수들이 솔선수범으로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선거제도의 지역구 직접선거와 그에따른 전국구의원 제도는 위에서 언급한 것들을 꾸준히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전국 구의원 제도를 보면 지역구 직접 선거에서 당선된 각 정당의 의석순으로 전국구의석을 배정하는데 이는 각 정당의 득표율과는 상관없이 단순히 당선된 의원 수 만으로 배정하므로 집권당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고, 유권자의 지지가 선거 결과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게 만든다. 또한 국회의원 후보 공천과 결부하여 물밑 돈이 오가고 학연, 지연이 강력하게 적용되는 등 제도의 전반적인 개정없이는 이러한 고질적인 병패들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 외에 이번 4ㆍ11총선에서도 보았듯이 당선된 1위와 2, 3위간의 득표차도 그렇게 크지 않아, 정작 2, 3위를 지지한 표는 아무 의미가 없는, 다시말해 2, 3위를 지지한 민의는 그대로 묻혀버리는 결과를 현행 선거법은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말한 문제점의 대안으로 현재의 전국구의원제도의 폐지와, 제2기표제의 도입을 들 수 있다. 제2기표제란 정당에 투표를 하여 그에따라 비례대표로 의석을 배정하는 것인데, 이렇게 될 경우 현행 선거제도처럼 1위 이외에 주어지는 표의 사장현상이 줄어들 것이다.
  진정한 민의의 반영을 위해서는 우선 현행 선거법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 개정은 다수 뿐만 아니라 소수의 의견도 존중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이 지금처럼 유권자들을 그저 선거철에만 찾아다녀도 되는 표로만 인식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인들이 양산될 수 있을 것이다.

ㆍ방송법의 문제점

  우리나라 방송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살펴보면 왜곡, 편파 보도를 가능하게 하고, 특히 선거에서 집권당에게 유리한 방송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선 각 방송사의 사장을 임명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KBS의 경우 사장은 KBS 이사회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있다. KBS 이사회의 경우 모두 12인으로 전원 방송위원회의 추천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면 방송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방송위원회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추천한 3인을 포함하여 대통령이 임명한다.
  마치 3권분립을 반영한듯이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수반들이 임명하는데 실제로 볼때 전혀 그렇지 않다. 행정부는 그렇다치고 국회의장이 임명하는 3명의 경우 야당의 추천인사 1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친정부적인 인물이 임명되고, 대법원장 역시 사법권의 독립이 사실상 보장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판단하고 임명할 수 없을지 의문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야당추천인사 1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집권당편향의 인물이 선출되는 것이다. 이처럼 구성된 방송위원회가 KBS 이사를 추천할 때 과연 어떠한 사람들을 추천하게 될 것인가는 뻔하다. 또 그 이사회는 사장에 대한 임명제청을 할 때 대통령의 사전 낙점을 기다린다고 한다. 그러므로 자기가 어떻게 해서 사장이 됐는지를 잘 알고 있는 사장이 독립적이고, 공정한 방송을 추진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선거가 국민의 뜻을 올바로 받아들이는 선거가 되기위해서는 이상에서 언급한 방송법, 특히 각 방송사 사장을 임명하는 방식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방송매체가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잘 알 수 있다. 민의가 왜곡되지 않는 방송보도, 공정한 방송보도가 가능하도록 이번 국회를 통해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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