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분열이 주요 원인

  지난 1일 이라크가 쿠르드족이 집단 거주하는 이라크 북부지역을 침범함으로써 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받게 되었다. 미국의 이러한 공격은 대선을 앞둔 클린턴 행정부의 정치적 행동으로 국제여론의 비난을 사게 되었고, 아랍권에서는 ‘시체에 채찍질한’ 미국에 대한 비난과 함께 이라크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게 되기도 했다. 그러면 사담 후세인이 이라크 북부에 약 3백 50만명이 살고 있는 쿠르드족에 침범한 배경은 무엇이고, 쿠르드족은 어떤 민족인지 알아보자.
  쿠르드족은 해발 3천미터 고산지대에 사는 세계 최대의 유랑민족이다. 전체인구는 2천2백만 정도로 터키에 1천1백만명, 이란에 5백50만명, 이라크에 3백50만명, 그리고 나머지 인구는 시라아와 아제르바이잔에 흩어져 산다. 한때 소련의 영향으로 11개월간 쿠르드 공화국을 건설했지만 이란에 의해 곧 무너지게 되었고, 그 이후로 계속해서 독립국가 건설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쿠르드족은 인종적으로 이란계 백인이고, 언어는 페르시아어에 가까운 인도ㅡ유럽어족에 속한다. 남자는 키가 크고 깡마른 체구에 콧수염을 기르고, 머리에는 모자를 쓰거나 터빈을 감아 올린다. 여자는 바지위에 무릎까지 오는 치마를 걸치고, 머리에는 차도르를 쓴다. 이들은 99%가 이슬람교도 신도이다. 수천년간 다른 나라의 온갖 박해와 동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유지해 온 강인한 민족이다.
  하지만 이라크 내에 있는 쿠르드족 정치세력은 독립투쟁 노선과 방법을 놓고 대결을 벌여왔고, 70년대 중반부터 분열하기 시작해 79년 쿠르드족의 정신적 지도자인 무스타파 알바르자니가 사망한 뒤에 더욱 첨예한 대결 상태가 되었다. 이러한 양측은 현재 지도자의 성격과 지지기반, 목표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친이라크계인 쿠르드민주당(KDP)의 바르자니 당수는 봉건적인 산악지역 농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사담후세인의 쿠르드족 자치안에 지지입장인 온건노선을 취하고 있는 반면, 친이란계인 쿠르드 애국동맹(PUK)의 잘랄 탈라바니 당수는 도시 지식층과 좌익세력을 지지 기반으로 완전한 독립국가 건설을 추구한다. 그 때문에 사담 후세인과는 앙숙관계이다.
  이번에 이라크가 쿠르드를 침범하게 된 것은 친이란계 쿠르드애국동맹과 친이라크계 쿠르드민주당으로 나뉘어 있던 이라크의 쿠르드족 내부 세력의 균형이 쿠르드애국동맹에 다량의 무기를 제공한 이란에 의해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쿠르드민주당은 위기에 빠졌고, 지난 8월 17일 양측은 치열한 전투에 돌입했다. 전투 재개 5일만에 쿠르드민주당의 마수드 바르자니 당수는 사담 후세인에게 구원을 요청했고 후세인은 미국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8월 31일 혁명수비대원 3만명을 이라크 북부 비행금지구역안으로 투입한 것이다.
  현재 양측간의 전투는 이라크군의 지원을 받고 있는 크루드민주당이 절대적 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쿠르드애국동맹은 이란에 긴급구조 요청을 보내고 있다. 만일 이란이 개입할 경우 이번 사태는 크게 번질 것으로 예상돼 주목되고 있다.

정리 박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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