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 빈곤은 마늘깐 손에 고스란히

  침을 꽂고 누운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18평 좁은 방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갑작스런 소나기 소리가 살갗을 움츠러 들게 하지만, 침을 꽂은 몸은 요지부동이다. 그 좁은 공간에 삶의 무게에 눌린데다가 억센 일을 한 탓인지 고질적으로 몸에 베어 버린 아픔이 침이라도 놓아보면 낫아질까 하는 마음에 찾아온 사람들로 발디딜 틈을 찾기도 어렵다.
  “아줌마는 어디가 아프세요? 비가 와서 더 쑤시죠?” 라는 간호사의 육성이 사람들로 밀도 높은 공간을 파고 들린다. 오늘은 월요일이고, 이 날은 나눔의 집에서 주관하는 한방진료가 있는 날이다.
  “이런 게 생기니까 우리 같이 아픈 노인네한테는 얼마나 좋은지 몰라. 일기예보가 따로 필요 없다니까. 비가 오기 전에 내 몸이 벌써 비 오는 걸 먼저 아니까 말야. 날씨만 축축하면 더 쑤셔대서 잠도 못 자···.”
  현재, 성남 1동 7통에 살고 있는 할머니의 이 말에 옆에 있던 할머니도 한마디 거든다. 병원비가 부담스러운 자신도 2주째 여기서 진료를 받고 있는데 몸이 효과를 보는 것 같아서 이번에도 나왔노라고.
  ‘기차길 옆 오막살이’
  성남동 나눔의 집을 소개하기에 가장 적당한 말이다. 집 바로 앞에 경부선이 놓여 있어 기차가 전하는 소음들을 피할 수 없는데다 사무실도 아직 열악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명칭은 대전 성남동 자활지원 센터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삶의 고통을 극복하고 억눌려 있는 능력을 발현해 서로 돕는 체계로 전환하고 사회의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죠.” 교육부장 최인희씨의 말대로 애초의 태동은 그러했다.
  “주민 대다수는 하루 벌어 하루먹는 노동자고, 여성들은 식당이나 파출부로 나가서 일하고 있어요. 아니면 인근에 있는 수저 공장에 나가거나 집에서 마늘까기 부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하루 종일 손이 부르트도록 마늘을 까도 월 평균 10만원에서 20만원이 고작이죠.” 이 곳 나눔의 집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업부장 김진연씨의 말을 더 빌어 보면 “이 곳 성남동은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빈민지역이라고 한다. 그런데다 무허가 판자집에 재래식 화장실은 물론, 하수구, 도로 등이 다 열악한 상황이라고.”
  지난 4월부터 빈민의 자활에 뜻을 품고 나눔의 집이 추구하고 있는 사업은 탁아방, 건강 한방 진료소, 여성 문화 센터, 가출 청소년 센터, 자활 지원 센터 등이다.
  그 중 지난달부터 착수에 들어간 것이 한방진료소다. 오늘은 20여명 주민이 왔었고, 혈압 높은 사람이 많았었고, 당뇨가 둘, 그외에 요통과 관절염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혼자 사는 할아버지가 상태가 안 좋아서 가정 방문 간호사를 두고 진료해야 할 것 같아요.” 10시경 평가 시간엔 ‘아픈 사람을 돌보아 줄 사람이 있는가.’에 대한 조사 결과도 발표하고 있고 가정 방문을 하면서 진료해야 할 환자도 구분짓고 있다.
  선병원 조일희, 김미정 간호사는 매주 이 진료를 돕고 있고, 오늘 담당하고 있는 한의사는 송태원 재활의학과 과장이다.
  평가 시간에 나오는 얘기들은 가슴이 아프다. 10년 전 휴유증으로 거동하기조차 힘든데도 병원비는 없고, 그런데도 돈은 벌어야 하는 이 곳 주민,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약 한 번 못 사 먹고도 자식들 교육 걱정에 가슴 아픈 이 곳 주민들의 처지를 고려한다면 앞으로 ‘나눔의 집’에 거는 기대는 크다. 물론 아직은 미미하다. 그러나 갑작스런 소나기에 그들이 놓은 침 한 바늘이 몸의 통증을 덜어준 것 마냥 구석구석 그들의 삶의 무게를 나누어 갖는 역할을 기대해 본다. 그들이 꿈꾸는 자활이 실현되어 하루종일 마늘을 까도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고, 학교를 못 가는 처지는 아예 사라지기를 바란다.

김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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