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의 장벽에 무너지길

  지난 9일 저녁 7시경 부산 수영만 일대는 약 5천여명의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제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이었다. 문성근, 김연주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제는 김영수 문화체육부장관의 환영사와 김영삼 대통령의 축하메세지도 보내졌고 장유안 감독, 블렌다 블리슨등 해외영화인 1백여명과 김지미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강수연 등 국내영화인 1백30여명이 참석했다.
  이토록 엄청나게 시작하여 9일동안 170여편의 영화상영과 온갖 부대행사들의 화려함 밑에 남포동 영화제거리에 사전심의 반대와 검열철폐의 작은 외침이 있었다.
  서울영상집단, 보임, 문화학교서울 등 국내 독립영화단체들이 작품 홍보와 제작비 모금활동을 위해 아카데미극장 앞에 차린 독립영화부스가 바로 그것이다. 독립영화단체들이 그동안의 작업내용을 담은 인쇄물과 책자들을 모아 일반인에게 소개하고, 검열철폐에 찬성하는 서명운동과 사전심의 반대를 상징하는 브로치를 판매했다.
  1982년 ‘서울영화집단’의 탄생으로 독립영화가 시작되었다. 영화를 무기로 삼아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생각으로 그동안 독립영화는 사회변혁적이고 진보적인 내용으로 기존의 상업영화들이 내지 못하는 소리를 내었다. 사회의 모순과 소외된 곳을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로 제작하여 대학가나 특정 단체들에게 배급, 상영해 왔다. 80년대 영화산업구조에 반기를 들며 자본에서 독립해 영상매체를 통해 정치ㆍ사회적인 발언을 해왔던 것이다.
  이런 개혁과 진보의 목소리에 결국은 지난 6월에 독립영화단체  ‘푸른영상’의 대표가 구속되었다. 양심수들의 어머니를 기록한 ‘어머니의 보랏빛 수건’이 사전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속한 것이다.
  국제영화제에 이례적으로 삭제된 영화가 상영해 국제적으로 망신을 삼고, 진보층을 꺾기위한 수단으로 검열이 자행되는 등 우리나라에서는 검열의 폐해가 많았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창작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닐까. 독립영화부스안에서 사전 심의 철폐의 근거를 말하는 그들의 눈빛이 검열의 장벽을 내리치는 망치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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