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영화제공으로 성공적 평가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P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가 21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13일, 올해 칸느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비밀과 거짓말’로 개막해 7개부문에 걸쳐 총 31개국, 170편의 작품이 상영되었다. 한국 영화 80년 사상 첫 국제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전의 관주도의 문화행사에서 탈피, 영화인과 일반인들이 주축이 된 민간 주도의 행사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비경쟁방식으로, 출품을 희망하는 우수 영화를 선정하여 세계 영화의 흐름을 조망하는 영화박람회적 성격을 띤다.
  ‘아시아 영화의 창’은 최근 세계 영화제에서 가장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아시아의 각국에서 만들어진 최신작과 우수작이 소개되는 부문이다. ‘새로운 흐름’은 경쟁부문으로 아시아 신인감독의 작품 13편이 상영되었다.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영화와 유명 국제영화제 수상작이 상영되는 ‘월드시네마’도 있었다. ‘와이드앵글’ 부문은 영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편영화와 기록영화, 애니메이션 23편이 상영된 경쟁부문이다. ‘한국영화 파노라마’는 세계영화 관계자들에게 한국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국영화 회고전’은 지난 15년간의 대표작 17편을 모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대중적인 작품을 4천석 규모의 야외상영장에서 상영하는 ‘스페셜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외 조직위원회에서 지정한 페스티벌 카페에서 ‘와이드앵글’ 부문의 상영이 끝난 후 감독과의 만남이 있고, 한국 독립영화의 어제와 오늘을 진단하는 ‘와이드앵글 심포지엄’을 비롯해 ‘저예산영화 세미나’, ‘코리아 뉴웨이브 출판기념회’, ‘대기업의 영상산업 진출의 현황과 전망’ 등이 진행됐다. 독립영화부스와 영화사료전시회도 열렸다.
  이번 국제영화제는 처음이지만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동안 헐리우드 영화에 길들여 있던 관객들에게 비헐리우드적이고 장르나 지역적으로 다양한 영화를 제공했고, 급격히 변하는 영화계속에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영화를 다뤄 영화의 미래를 모색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흥행을 위해 너도나도 헐리우드류의 오락물을 따라하는 와중에 자기나라의 이야기를 그들방식으로 풀어낸 아시아 각국의 영화를 보여줌으로써 정체성 정립의 중요함을 깨닫게 했다.
  그동안 폐쇄되어 있었던 일본영화는 상영작 13편 중 3편을 제외하고 모두 표가 매진되는 등 관객들의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 ‘물 속의 8월’을 감독한 이시이 소고 감독과 대화를 하느라 밤 12시가 넘도록 관객들이 자리를 뜨지 않는 등 ‘금지’에 대한 호기심과 독특한 분위기의 최근 일본영화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칸느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인 장미셀 오세이유나 영화평론가 토니레인즈 등 외국 영화관계자들은 극장마다 젊은 관객들이 넘친다는 것에 매우 놀랬다. 전국에서 몰려든 젊은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보며 한국영화의 역동적인 전환이 될 수 있다고 점치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동안 한글과 영문을 섞어 매일 20면씩 발행한 부산국제영화제 공식일간지 씨네21 PIFF도 영화제 성공에 큰 몫을 했다. 그날 상영되는 작품의 소개와 평, 뉴스와 포럼 등을 싣는 이 잡지는 독립성을 확보해 옹호와 비판에 공정하다는 평을 들었다.
  두가지의 커다란 문제점도 지적됐다. 먼저 이번 영화제에서 한국영화계가 넘어야할 벽을 제시했다. 이례적으로 무삭제 상영이라는 국제영화제의 원칙을 깨뜨리고 삭제된 영화를 상영해 물의를 빚은 ‘크래쉬’사건이다. 앞으로 부산국제영화제는 검열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숙제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전체 진행실무의 미숙함이 지적되었다. 타지에서 온 관객들을 위한 터미널이나 지하철역에 행사 장소에 대한 안내문이 전혀 없었다. 필름수급문제로 상영일정이 계속 변경되거나 취소되었고, ‘개같은 날의 오후’를 상영하는데 필름에 스크래치가 심해 화면에 비가 내렸다.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는 일부분이 거꾸로 영사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크래쉬’사건도 진행미숙의 하나로 지적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비헐리우드적인 작품의 상영과 다양한 영화의 제공, 아시아 영화의 정체성을 세움으로써 영화관계자와 관객들의 희망을 충족시켜, 매우 성공적인 영화제로 남았다.

박윤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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