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감염자 7~8명, 대부분 감염원 신원미상자


  “당신은 AIDS(Acquired Immune Defiency Syndrome, 후천성 면역결핍증)에 면역되지 않는다. 따라서 당신도 항상 에이즈 바이러스(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당신의 몸속에 들어오기만 한다면 당신의 정신과 육체는 서서히 긴세월에 걸쳐 허물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에이즈로부터 회복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1981년 미국에서 인체의 특이한 명역계 질환이 남성 동성애자(homosexual)에서 발견된 이래, 전세계적으로 HIV에 감염된 사람의 수는 1982년 100만명 정도에서 1992년 1200~1400만명으로 폭발적인 증가를 보이고 있다. 1992년 미국의 “질병관리센터”에서 발표한 비극적 예견에 의하면 2000년에는 HIV감염자수가 3000~4000만명에 이를 것이란다.
  그러나 HIV의 감염이 곧바로 AIDS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AIDS는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6월말까지의 발표에 의하면 등록된 HIV 감염자수는 570명으로, 그중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 501명, 수혈 21명, 정맥주사 17명, 수직감염 1명, 불명 19명, 조사중 11명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다.
  그렇다면 대전은 AIDS의 안전지대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주위 환경이 AIDS에 접근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유성은 이제 외국인을 비롯한 타지인들이 많이 찾는 국제적 유흥도시가 되었다. 유흥가는 24시간 성업중이고, 낮모를 이방인도 흔히 볼 수 있다. 심야의 궁동에는 철모를 10대와 청소년들이 비틀거린다. 우리지역의 HIV 감염자수는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7~8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관계기관에서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문제는 감시대상의 환자가 아니고 자기도 모르게 HIV에 감염되어 특별한 증상이 없는 사람들이다. 매춘부의 정기검진이 철저히 이루어진다고 볼 때 감염원은 신원미상의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AIDS는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의 문제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종합적인 문제이다. 국내 AIDS환자의 45%가 자살을 결심했거나 시도했다는 보고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AIDS에 무지하고 무관심한가를 알 수 있다. 그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국내 AIDS환자의 54%는 직장에서 해고되었다고 한다. 이런식의 선긋기는 그들에게 분노와 좌절을 심어줄 뿐이며, 더우기 그 원망은 자칫 사회에 대한 복수의 일환으로 무한정 전염원으로서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 대한 재활을 통하여 삶에 활기를 불어 넣어 줄 때 예방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미국 NBA의 유명한 농구선수인 “매직 존슨”의 활동을 지켜봤다. 그는 동료선수와 함께 경기를 하며 “HIV에 노출된 사람이 모두 AIDS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었다.
  AIDS는 20가지가 넘는 성적 전파질환의 한 가지이다. 수혈 및 정맥주사 등에 의한 감염은 기술상의 문제이므로 최소화할 수 있지만 섹스에 의한 전파는 예방이 쉽지 않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성병이 존재한다고 볼 때 최선책은 스스로가 보호하는 것이다.
  우선은 성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섹스는 과학이다”로부터 출발하여, 섹스의 방법, 피임법, 성병예방 등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들이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활발히 있어야 할 것이다.

정헌근<대전전문대 임상병리과 교수>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