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같은 아버지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편지를 받았었지만 그 중에서 지금도 내 가슴속에 남아있는 편지가 있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고 추웠던 94년 겨울의 어느날,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려는 청춘들이 모인 논산에서, 낯선 환경에 나를 적응시켜 나가며 사회의 티를 벗고 진정한 의미의 내 자신을 찾으려고 날마다 애쓰던 나에게 날아든 한 통의 편지가 있었다.
  받자마자 기쁜 마음에 얼른 뜯어 보았으나, 쉽게 접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편지였다.
  평소 엄하시고 전형적인 한국가장의 모습을 보여 주시던 아버지였다.
  가족모두 잘 있다는 짤막한 내용의 편지였지만 그 어떤 것보다 많은 내용을 담은 것이었다.
  마지막에 써있는 ‘할 말은 태산도 부족하나 이만 줄인다. 아비 씀’ 그 말에 담겨져 있는 태산같은 아버지의 정이 지친 나의 몸과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 같았다.

  남    박한석 (건축공 · 2)

 

  마지막 답장
  죽음은 거역할 수도, 자신이 선택할 수도 없이 불시에 삶에 끼어들었다가 휘저어 놓고는 잠시 숨는다고, 어디서 기다리고 있는지를 모르니까 곳곳이 그가 묵고 있는 장소라고 어느 누군가가 말했다.
  그렇게 죽음은 불시에 뛰어드나 보다. 유달리 편지 쓰기를 즐겨 하던 친구는 내가 미쳐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한 통의 전화를 받게 했다.
  “애미보다 먼저 갔지 뭐냐…”
  새벽에 집으로 돌아가야 할 친구는 자동차에 치여 병원에 안치되었다. 어느 날은 너무 기뻐서, 어느 날은 돌연 슬픔이 너무 커서 편지를 썼다는 소심한 친구에게 이렇다 할 답장 한 번 못했던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답장을 썼는데···. 그것이 내가 그 애에게 썼던 몇 안되는 답장의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이 핑계 저 핑계로 미안한 마음에 답장 대신 이용했던 전화가 그렇게 간단히 죽음을 알려 올 줄은 몰랐다. 수진자를 잃어버린 답장은 적당한 장소에 놓이질 못하고, 여전히 책 사이에 꽂혀 있다. 예상치 못했던 그 친구의 편지에 반가움이 서둘러 왔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도 그 어디에서 편지를 쓰고 있을런지.

 여    정미숙  (국문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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