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현악과 - 89학번 김성환 선배와 03학번 김동주 후배

  구름 한 점 없는 가을하늘은 더 없이 푸르고 맑다.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은 가을향기를 한아름 머금고 있다. 따뜻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픈 어느 가을 날, 클래식과 같은 감미로운 데이트에 클라리넷을 전공하고 있는 관현악과 후배 김동주군을 대동하였다. 마침 당일 목원대 대덕문화센터에서 연주가 있다는 김성환 선배. 홀에 들어선 순간 연주 소리가 홀 가득히 울려 퍼진다. 7시 반에 있을 리허설 준비로 연습이 한창이다. 리허설 쉬는 시간에 나타난 선배의 얼굴은 함박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후배: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선배: 현재 공주시 충남시립교향악단에서 상임단원으로 있고 천안심포니 오케스트라 그리고 천안음악협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어.

후배: 지금 일을 하게 된 계기는?
선배: 다른 과는 대학생활을 하며 폭넓게 진로 결정을 할 수 있지만 관현악과는 전공이 있기 때문에 오로지 한 길 밖에 없지. 그래서 목표가 생겼고 그것이 좋았어. 일단 목표가 생긴다는 그 점이 말야. 군대를 갔다와서 충남도나 공주시를 놓치지 않은 것이 큰 운이었던거 같아. 졸업하고 난 후 비상임 단원으로 6개월 활동을 하고 다시 시험을 보고 상임단원이 되었지.

‘준비를 한 자만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그의 눈매가 무섭다. 그리고 어린 후배에게 말한다. 자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미리 학교 다닐 때부터 준비를 해야한다고. 학교시절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후배의 질문에 선배는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되묻는다.

후배: (웃음)없어요. 연습하려고요.
선배: 학교 다닐 땐 연습하고 지금 아내랑 연애했던 기억밖에 없는 거 같아. 비올라를 전공했던 아내랑 나는 캠퍼스 커플이었거든. 같은 관현악과. 그래서 많은 도움이 되었어. 새벽 4∼6시가 되면 연습 실이 없어 빌붙듯이 연습을 해야 하는데 여자친구 방 잡아주는 재미도 있고 연습하다 새벽에 라면 먹던 기억도 잊을 수 없지.

‘그러했었지’라는 건 지난 일을 회상하는 좋은 것이지만 ‘그러했더라면’은 지난 일을 후회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김성환 선배의 이야기 #1-

선배: 교향악단을 들어 가야지만 성공은 아니야. 교향악단은 단지 이름일 뿐이지. 이름을 따기 위해 중요하나 그것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해.
후배: (끄덕끄덕) 지금 일을 하면서 가장 프라이드를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선배: 천안음악협회를 맡고 있으면서 주변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어.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 공문 쓰는 것부터 이것저것 물어보고, 뛰어다니고… 충남교향악단에서는 어린 막내라 연주 열심히 하면 되고. ‘선생님 일 열심히 하신다’라는 소리들을 때. 물론 남들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다는 뿌듯함을 느낄 때.

음악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못한다고 한다. ‘스스로 재미있으니까 열심히 하는 것이다’라는 단순한 논리 속에 우리 삶의 물음표에 대한 해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후배: 하루에 얼마나 연습 하셨어요?
선배: 넌 얼마나 하는데?
후배: (당혹) 1∼2시간 밖에 못해요--;

‘연습실에 3시간씩 있는 일은 굉장히 어렵지 않냐’는 선배의 물음에 후배는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새벽 3∼4시에 와서 8시까지 연습을 했다는 그는 하루, 하루를 후회 없을 만큼 열심히 살라고 당부한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면 언젠가 주위에서 “쟤 진짜 열심히 한다”라고 알아주는 날이 오겠지. 그때까지 열심히 하는 거야.
-김성환 선배의 이야기 #2-

처음 웃음 그대로 김성환 선배는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는 홀 안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어느새 바깥은 어둑어둑 해졌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분다. 낙엽냄새가 짙은 가을바람이 차디찬 겨울바람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오늘의 소중한 만남이 한동안 잊어지지 않을 것 같다.

‘관현악:여러가지 악기로 이루어진 합주체’ 세상은 여러가지 악기로 이루어진 합주체처럼 그렇게 그렇게 아름다운 연주를 하는 거 같다.
-어느 기자의  가을이야기 #1-


사진/글 이진경기자 ljg416@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