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교수를 만나

 “어제 신돈 봤니?”
 “아니, 난 그 시간에 사랑과 야망 보는데”
 위의 대화처럼 같은 시간대에 몇 개의 방송사에서 드라마를 반영한다. 또 각 방송사는 시간대에 따라 아침 드라마, 저녁 드라마, 월화 드라마등 엄청난 양의 드라마를 방영한다. 심지어 드라마 전문 케이블 채널도 있어 종일 드라마를 보여준다. 우리는 말 그대로 ‘드라마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렇게 드라마가 쏟아지는 가운데 어떤 드라마를 보는 게 좋을지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에 냉철한 시각으로 드라마를 평론하는 교수가 우리학교에 있다기에 그를 찾아 연구실로 향했다.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싱그러운 봄향기가 풍겨온다. 윤석진(국문 · 전강)교수가 직접 키운다는 화초들이다. “이거 참 민망하네요”라며 수줍게 웃는 윤교수와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드라마 평론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시사저널지의 한 기자에게 드라마 평론을 청탁 받아 시작하게 되었어요. ‘드라마 평론가’ 라는 타이틀도 그 기자가 붙여준 거죠.
 드라마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게다가 희곡을 전공하면서 ‘희곡=연극’ 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카메라 발명 이후 영화와 드라마가 극 예술로 활성화 되었어요. 영화는 어느 정도 연구와 비평이 되고 있지만 드라마는 아직 학문적 비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죠.

─배우에 대한 사적인 감정이 평론에 반영되기도 하나요?
 (웃음)있죠. 전에는 배우 손예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심은하를 좋아했었지요. 어느 날 영화 ‘외출’을 보는데 손예진에게서 심은하의 느낌이 났어요. 허진호 감독 밑에서 연기력이 많이 늘었지요. 20대 중반의 배우임에도 30대 중반연기의 연륜을 보여줬어요. 얼마 전에 연애시대 평론을 썼는데 손예진의 연기때문에 보다 호의적으로 썼어요.
 좋아하지 않는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논평을 잘 안써요. 사적인 감정때문에 평론을 나쁘게 쓰면 안 되잖아요.
 
─드라마 평론이라는 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 어떤 학문을 공부해야 하나요?
 사람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필요해요. 드라마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등장인물로 대신하기 때문에 등장 인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죠.
 또 기본 바탕으로 인문학 전체에 대한 폭 넓은 교양을 쌓는 것이 중요해요. 그 중에서도 심리학, 사회학, 철학 등이 중요하죠.

─드라마 평론가와 교수를 겸임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요?
 시간이 부족해서 힘들죠. 그래서 요즘 드라마평론 활동이 게을러졌어요. 드라마가 너무 많아서 챙겨 볼 시간이 부족하니까요. 그래도 과목 특성상 수업할 때 교과서적이지 않게 할 수 있어서 좋아요. 현재 이슈화되고 있는 것들을 함께 이야기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학생들의 호응이 좋은 것 같기도 해요.

─드라마 평론을 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나요?
 개인적으로 가장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요. 희곡, 문학, 영화 같은 경우에는 학문적 연구가 활발해요. 그런데 드라마 비평은 윤리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분석률이 없어서 잘못 되고 있는 거죠.
 사실 저도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 부분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죠. 단순한 저널리즘적 비평이 아닌 전문적 비평을 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평론가가 아닌 연구자로서 제대로 된 드라마 시청의 이론서와 비평서를 구상하고 있어요.

─직접 작가나 감독이 되어 드라마를 만들어보고 싶은 적은 없었나요?
 드라마는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규모가 방대해서 힘들어요. 게다가 제가 대전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 거리의 한계도 있고요.
 전에 우연히 영화 시나리오 모니터 작업을 하다가 각색까지 하게 된 적은 있었어요. 영화로 나오진 않았지만요.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보통 4,5년 정도 걸리니 쉬운 일은 아니죠.
 지금까지 각색 2편에 시나리오 2편을 썼어요. 충무로에서 돌긴 했는데 영화제작은 안 됐어요.

─우리학교 학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드라마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소울 메이트’를 추천해주고 싶어요. 독특한 상황설정과 연출이 좋아요. 또 연애는 대학생들에게 주된 관심사잖아요. 낭만적 측면의 관심거리인 연애의 밀고 당기기를 잘 표현 했어요. 캐릭터 표현도 좋고요. 남녀의 이해를 돕는 연애백서의 역할도 할 수 있죠.

바쁜 중에도 드라마를 챙겨 보며 드라마 평론의 길을 열어가는 윤석진 교수와의 짧은 만남이 못내 아쉽다. 화초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나오며 윤교수의 열정이라면 드라마평론의 길이 활짝 열릴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이종경기자 chosenjk@cnu.ac.kr
사진-최준용기자 junskyx@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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