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비의 땅 탐험, 김정한(천문우주·대학원)씨의 남극일기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자라나는 새싹들이 봄이 왔다는 것을 알리려 한다. 우리가 사는 이쪽은 봄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지속적으로 추운 날씨 속에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여져 있는 곳이 있다. 새하얀 빙산 그리고 푸른 빛깔이 도는 바다와 무리를 지으며 다니는 펭귄들과 백곰, 말로만 들어도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 곳, 바로 신비함이 가득한 땅 남극이다. 이렇게 수수께끼로 가득한 땅에 다녀온 사람이 우리 근처에 있다면 얼마나 놀라울까? TV로만 봐왔던 남극을 직접 가서 보고 느끼고 온 사람, 바로 우리학교의 김정한(천문우주과학·대학원)씨를 만나 보았다.

 ▶ 신비의 땅에서의 도전 
 “우주과학의 한 부분인 고층대기를 연구하기 위해 13개월 동안 연구원으로 남극에 있었죠”라며 남극방문 목적을 먼저 밝히는 17차 남극탐험 대원인 김정한씨. 그의 주 연구 주제인 고층대기란 지구 대기의 최외곽층인 열권을 연구하는 것으로 인공위성과 근지구 환경 등에 응용된다. 이러한 13개월의 장기간 연구를 위해서 남극에 가기 전 대원들과 함께 각종 식량과 생필품을 1년 치나 구매했다고 한다. 그 많은 물품을 다 비행기에 실을 수나 있을까 하는 의문에 물품은 배로 운송되고 사람만 비행기에 탑승 해 남극으로 향한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도착한 물품들과 함께 대원들이 숙식하며 연구하는 곳이 바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세종과학기지다.

 ▶ 처음의 설레임 그리고 들이닥친 시련
 
순수하게 생각되었던 남극은 이들을 처음부터 반겼던 것은 아니다. 남극의 날씨변화는 극심해서 10분 조차 예측하기 힘들 때가 있는데 2003년 12월 6일이 그러했다. 날씨가 좋다는 예측으로 해안가에 위치한 세종기지에서 17차 대원들이 16차 대원들에게 인수인계를 받고 16차 대원들을 귀국시키기 위해 칠레기지에 위치한 비행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기지로 돌아오는 도중에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8명의 대원을 태웠던 고무보트 2대가 조난 당하게 되었다. 조난 당한 8명의 대원 중 김정한씨도 포함되어있었다. 17차 대원들이 남극 땅을 밟은 지 불과 보름이 조금 지나가고 있었다.
 “그 당시 보트의 감각도 잃었었죠, 파도는 2~3m로 치고 앞은 보이지 않았어요, 그 때 떠나보낸 재규형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 한쪽이 뭉클 합니다”라며 한 때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세종 1·2호 조난 사건’ 그 때의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를 설명한다. 그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그 때 세종2호에 타고 있었던 고인 전재규(서울대학교·대학원)씨에게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게 된다. 비록 8명 중 1명의 대원이 조난으로 순직했지만 그의 희생이 있었기에 나머지 대원들이 더 꿋꿋하고 당당하게 남극에 남아 자신들의 연구에 최선을 다했으리라.


 
 ▶ 잊을 수 없는 그 맛 ‘천연 얼음 빙수’
 
남극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물었다. “남극에는 해가 진 뒤에도 오색으로 빛이 나는 극성층운구름이란 게 있죠, 성충권에서 생기는 이 구름은 밤이 되어도 햇빛의 빛을 계속 받을 수 있어서 생기는 것인데, 정말 밤에 보면 오싹합니다”라고 답한다. 무지개 색처럼 알록달록한 구름이라면 그림처럼 예쁠 것 같았는데 밤에도 그렇게 보인다니 정말 공포영화에나 나올법한 장면이 아닌가.
 또 김정한씨는 “남극에서만 먹을 수 있는 남극대구회가 정말 특별 하죠. 또 블리자드라는 눈보라가 칠 때 기지 밖에 그릇을 잠시 놓으면 얼음 빙수가 수북이 쌓이게 되는데 과일까지 곁들여 먹으면 정말 말로만 듣던 천연 빙수라니까요”라며 웃는다. 순수한 얼음결정의 빙수, 상상조차 못해 본 남극의 천연빙수를 정말 감칠맛 나게 이야기하는 그의 묘사에 빙수에 대한 군침이 안 돌 수가 없다.
 빙수의 주재료인 ‘블리자드’란 무엇일까? 기지 옆에 있는 큰 빙벽의 얼음을 강한 바람이 깎아 내려 불어오는 눈보라를 말한다.  블리자드 앞에서는 1m의 시야 조차 확보할 수 없다고 한다. 게임으로만 봐왔던 블리자드가 실제 존재했었다는 점도 놀라웠지만,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는 점에 더욱 놀라게 된다. “이렇게 짓궂은 날씨에는 대부분의 작업을 중단하게 되는데 대원들은 주5일제 근무를 따르기 때문에 가끔 이러한 날씨로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일 할 때가 있어요”라며 옛 기억을 떠올린다.평소 주말이면 비디오나 운동 아니면 독서로 편히 보낼 텐데 이 블리자드는 이름 값을 하듯이 대원들을 줄 곳 괴롭히곤 하는 듯하다. 
 이 외에 남극에는 지구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육식을 하는 조류인 스쿠아 얘기를 꺼낸다. 스쿠아는 때론 사람을 쪼기도 하고 모자를 뺏어가 애교스러운 행동을 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동족을 잡아먹기까지 하는 무서운 동물이란다. 그의 남극생활은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겪어보지 못할 신기한 경험들로 가득하다. 
 
 “혹한 환경이었지만 전국에서 모였던 대원들은 1년 넘게 지내면서 어색했던 점이나 서로 맞지 않았던 성격들을 이해해 나가는 인간미 또한 엿 볼 수 있는 곳”이라며 기지안의 사람살이에 대해 설명한다. 비록 추운 곳에서 바쁘게 연구해 나가는 곳이지만 우리와 같은 사람이 거주 하는 땅임에는 분명하다. 이야기하는 동안 알 수 있었던 김정한씨의 연구 열정, 그는 분명 ‘사람’의 따스함을 알고, 단단한 빙벽처럼 냉철하게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최준용기자
junskyx@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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