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침묵의 봄』

  이번 겨울은 유난히 따뜻했던 계절로 기억될 것 같다. 주변에서는 벌써 올해 여름이 얼마나 더울지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기후의 변화가 체감되는 요즘, 이는 도시와 국가의 경계를 넘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경의 영향은 지역적 경계도 종의 구분도 없이 일어난다. 1960년대에 나온 레이첼 카슨의 고전 『침묵의 봄』은 모두가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을 전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모든 생명체와 지역이 필연적으로 상호작용한다는 것에서부터, 실시간으로 누적되는 오염과 그것이 초래할 미래 등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살아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환경과 주변 생물에 독립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책의 각 장에서는 공기부터 토양, 하천과 바다 등의 물에 대해, 동식물은 물론 박테리아 등의 균류에 대해, 이들이 어떻게 환경을 구성하고 있었으며, 유독성 화학물질이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설명한다. 지금 화학물질은 어디에든, 심지어 직접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동식물이나 숲 등의 자연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책에서 말하는 유해한 화학물질이란 주로 당시 사용되던 비소계 제초제와 살충제를 말한다. 특정 식물이나 곤충을 제거하기 위한 시도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것은 다시 인간의 신체에도 알 수 없는 위험이 되고 있다.

  책의 예시 중 하나는 미국 서부지역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목축업자들이 목초지를 만들기 위해 세이지(풀)의 군락을 제초제로 없앤 적이 있다. 그곳에서 자라던 세이지는 근처의 산양이나 뇌조(새) 등과 같은 동물들과 깊게 관련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곳에 살고 있던 여러 동물은 서식지로, 혹은 먹이로 세이지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목초지를 위해 제초제를 매년 뿌린 결과 세이지는 박멸되고 원하던 목초지를 만들 수 있었지만, 주변의 동물들은 사라졌다. 또한 초원을 가로지르는 시냇가의 버드나무도 죽었다. 이로 인해 버드나무를 잘라 댐을 만들던 비버들이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호수 역시 마르게 되어 호수에 살던 송어와 물새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이처럼 살초제는 특정 종만을 박멸할 수도 없으며 예상하지 못한 환경문제를 불러왔다. 작가는 이를 생태계의 상호의존성에 대한 이해와, 그 생태계에 인간 역시 속해있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았다.

  살충제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비판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제초제와 살충제를 통해 특정 종만을 박멸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고, 예상할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제초제와 살충제는 두 가지 면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데, 먼저 제거하려는 종과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환경에 영향을 주고, 두 번째로 이들과 상호의존적으로 살아가던 다른 종에 연쇄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책의 제목 역시 같은 맥락이다. 봄은 본래 철새들이 찾아와 소란스러웠으나, 농약과 잠재적 접촉범위에 있는 새들에게 중독증상과 불임이 나타나 점차 많은 지역에서 봄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모든 살충제와 제초제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살충과 제초를 근본적으로 반대하고 있다기보다는 강한 화학성분으로 이루어진 살충제와 제초제가 유일한 선택도, 최선의 선택도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작가의 경고는 결국 이러한 연쇄작용이 인간의 신체에도, 그리고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에도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는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것은, 책의 전제처럼 언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더라도 환경에서 독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이 말하는 환경과 생물다양성이 지금 활발히 이야기되고 있는 주제이고, 현대 환경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 만큼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최수이 (언론정보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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