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네마

  주인공 파니히는 영화를 연출하는 이란 출신 영화감독이다. 그는 이란 사회에 대한 비판과 정부의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작품을 연출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이란 정부는 그가 해외에서 활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출국 금지령을 내리게 된다. 이듬해 해외에서 영화 제작을 계획 중이던 파니히에게 그들의 처분은 너무도 당혹스러운 결과였다. 결국 파니히는 영화를 마저 완성하기 위해 해외에 있는 영화 제작자들과 배우들을 남겨둔 채 이란 국경선 근처에 있는 마을에 머무르면서 컴퓨터를 통해 원격으로 촬영 현장을 지시하는 선택을 내리게 된다. 그가 이번에 만들려는 작품은 터키에서 프랑스로 도피하려는 한 커플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며, 감독을 포함한 제작자들은 두 커플의 여정을 카메라로 찍는 동시에 두 주인공이 무사히 프랑스에 도착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한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였으나, 파니히를 포함한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들이 예상치 못했던 모종의 이유로 인해 점점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영화 속에서 파니히가 찍는 작품은 실제상황을 기반으로 촬영되었으며, ​작품 내용의 특성상 배우들과 제작자들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외교적 문제와 치안 문제로부터 안전하지 못했다. 감독 역시 불안정한 통신 때문에 제작자와 연락이 닿는 경우가 드물었으며, 더군다나 자신이 머물던 마을에서 발생한 어떠한 사건 때문에 영화 촬영에 쉽게 전념하지 못하게 된다. 세상에 대항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기 위해 계획된 촬영이었지만 정작 그들이 마주쳐야 했던 현실과 점점 가까워질수록 카메라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카메라는 그들이 사는 세상의 증거가 되어주지 못했고, 사람들은 이러한 카메라를 불신하면서 사건을 점점 걷잡을 수 없는 형세로 만든다.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 중 하나인 여권 거래 장면을 거래자의 만류로 촬영하지 못하거나, 파니히가 찍은 사진 한 장에 마을에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비슷한 예시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카메라는 진실만을 보여줄 뿐, 영화 속에서 인물들의 운명을 뒤바꿔주는 마법의 램프가 아니었다. 세상을 담아내는 촬영가들은 많았지만, 그런 세상의 운명을 정해주는 각본가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끝내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모든 순간을 카메라로 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관찰할 수 없는 카메라의 객관성과 진실성 때문이었다. 카메라가 사건의 모든 실마리를 해결할 수 없었지만, 그 안에 담긴 세상과 사건 현장을 통해 당시 상황을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고 또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여지를 제공해 준다. 파니히가 자신이 머물렀던 마을의 구시대적인 관습을 카메라로 찍어서 폭로하였을 때, 당시에는 파니히를 따라 마을의 관습을 비판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만, 이는 하나의 기록물로 남겨져서 먼 훗날 누군가에 의해 재조명되고 이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아마 파니히는 그런 카메라의 힘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사람들의 오해와 그들이 만들어놓은 지 오래된 관습이 세상을 갈라놓고 사건을 걷잡을 수 없게 만든다.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공존하는 세상 속에서 그나마 우리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건 객관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그마한 카메라 한 대가 아닐까? 

배준열 (불어불문학·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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