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정지원 기자,  언론정보학과
정지원 기자,  언론정보학과

  기자가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집으로 가는 길, 새로 생긴 미용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머리를 손질할 때가 돼 미용실에 들어갔지만, 이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 미용실은 네이버 예약을 통한 ‘예약제’ 미용실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예약제의 장점만 느끼던 기자는 온라인 예약을 하지 못했을 때의 단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또한 디지털 예약제는 상대적으로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고령층에게 어렵게만 느껴질 것이라 생각했으며, 이러한 문제는 사회에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현 대한민국 내 디지털 미예약자들은 미용실뿐만 아니라 곳곳에 있다. ‘현장에서 표를 살 수 없어서 야구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할아버지, 할머니’, ‘기차 좌석이 온라인에서 매진돼 입석으로 탈 수밖에 없었던 어르신’처럼 말이다. 이처럼 디지털 예약제는 모든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우리 일상에 자리 잡았다. ‘갑작스럽게’ 말이다. 

  기자는 예약제 자체를 나쁘게 보는 것이 아니다. 예약제로 도움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기 떄문이다. 기자가 발걸음을 돌렸던 미용실의 미용사는 “미안해요, 예약제로 해야 가게 운영이 원활해요”라고 말했다. 가게 점주 입장에서 온라인 예약 시스템은 손님이 올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준비를 해 놓고 창문만 바라보고 있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손님 입장에는 예약한 시간에 바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가게에서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예약제의 이러한 장점만 보고 단점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대한민국 인구의 18.4%였으며, 2025년에는 20.6%수준으로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또한 2022년 디지털 정보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국민 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69.9로 현저히 낮다. 이와 같은 지표가 지속된다면 예약제는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반면, 예약제를 사용할 수 있는 인구는 줄어드는 모순이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과 온라인 예매 방식을 포함한 디지털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현장 예매의 비율을 보장하는 등 디지털 약자를 고려해 점진적인 디지털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배려가 사회에 존재할 때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예약제’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편리한 예약제’가 될 수 있다.  

  한편, 우리는 디지털 소외현상이 예약제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소외로 인해 와이파이를 사용하지 못하고, 주문하지 못하며,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줄어드는 사람들이 분명히 주위에 있다. 키오스크 앞에서 난감해하시는 어르신을 보면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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