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80% 대선자금 1조원이상설 ‘신뢰’

 김영삼대통령은 한보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한보사태의 시작은 어디이며 그 끝은 어디인가?
 검찰은 “깃털”을 건드리는 것으로, 김대통령은 머리를 숙이는 것으로 이 사건은 일단락지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서민들에게는 단돈 1백만원도 쉽게 대출하지 않는 금융기관들이 6조원이 넘는 돈을 어떻게 아무런 담보도 없이 대출해주었는가? ‘몸통’은 어디에 있는가? 배후는 누구인가? 사라진 3조원은 어디에 있는가?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자금’을 한보사태의 발단으로 보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번 사건의 책임자로는 ‘김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권력핵심’, 배후는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를 지목했다.
 김영삼대통령은 한보사태와는 무관한 것처럼 행동했다. 그는 2월 25일 대국민담화문에서 “신한국을 만들기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농락당한 느낌마저 든다”면서 “지난 4년간 오직 절제와 금욕으로 한길만을 달려온 저로서는 처절하고 참담한 심정마저 든다”라고 말했다. 자식은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 이번 설문조사결과 대부분 대학생(92%)은 “김대통령이 한보사태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또한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표현되는 배후세력의 핵심인물로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가 연루되어 있을 것이라는게 대부분 학새들(95%)의 생각이었다. “김현철씨는 뚜렷한 혐의가 없다”는 검찰의 발표는 상반된 결과다. 이번 사건의 책임자로는 청와대 권력핵심(61.98%)이라고 지목됐다. 청와대 권력핵심이 개입하지 않고서는 결국 6조원이 넘는 돈을 아무 담보없이 대출 해줄 수 없다고 믿는 것이다.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 이번 사건으로 김대통령도 이 역사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퇴임후 안정’을 보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으로 ‘국정조사과정에서 TV공개청문회와 특별검사제 도입을 통한 엄정한 수사’라고 생각했다(86%)
 ‘김대통령의 원죄’라고 표현되는 92년 대통령선거 자금과 한보사태는 별개의 사건처럼 보인다. 대선자금은 95년 전직대통령 비자금문제와 연관돼 언론에서 떠뜰썩했으나 학생운동진영외에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던 사안이었다.
 김염삼대통령은 대선자금과 관련해 줄곧 ‘한푼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지난 연두기자회견과 대국민담화를 통해서도 ‘절제와 금욕’을 강조했다. 대선자금과 한보비리와 관련한 대통령의 결백은 대학생들에게는 어떤 공감대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는 대학생들의 76%가 ‘대선자금’과 ‘한보사태’가 하나로 결부되어 있다고 답한데서 드러나고 있다.
 한보사태를 계기로 언론과 정치권에서 김대통령의 대선자금이 또다시 쟁점화되는 이유는 두 사건을 개별의 현상으로 떨어뜨려 놓고 바로보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실타래가 얽혀져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추측은 야당의원들의 주장과 언론을 통해서 객관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92년 당시 한보그룹이 김현철씨에게 6백억을 건냈다라는 주장과 ‘한겨레 21’ 3월 13일자에 보도된 ‘대선자금이 한보사태를 불렀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10명중 9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보 사태의 핵심은 ‘대통령과 그의 아들’이라고 바라보는 것은 95년 전직 대통령들이 비자금 문제로 구속될 당시 야당과 민족민주운동진영으로부터 강하게 제기한 ‘대선자금 1조원’설에 대한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설문조사 기간에도 연일 보도된 ‘김현철 비리의혹’ 기사와 임시국회기간 내내 야당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수의혹들에 대한 국적 관심은 대학생들에게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92년 대선시기 민자당 선거대책본부 산하 홍보단의 ‘홍보관련 예산’ 5백35억원에 이르렀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서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공개된 바 있다. 95년 언론에서는 대선자금과 관련된 정치인들의 ‘말’은 수없이 많이 떠돌았다. 당시 문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을 비롯한 미족 민주운동진영은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1조원’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고 이러한 주장들에 대한 대학생들의 신뢰도는 80%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결과는 ‘한푼도 받지 않았다’며 ‘금욕과 절제’를 강조하는 대통령의 말은 어떤 설득력도 이해도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한보사태의 책임이 몇몇 정치인에게 있다는 검찰수사결과와는 달리 ‘황태자’, ‘부통령’으로 불리는 김현철씨와 그의 아버지 문민대통령에게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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