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졸업생의 현재 사진/ 정유민 기자
김수현 졸업생의 현재 사진/ 정유민 기자

  2024년, 우리가 평화롭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건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 덕분인지도 모른다. 학생자치기구의 역할이 축소돼 가는 현재와 달리 학생이 주체가 돼 부당함에 맞서 싸운 시절이 있었다. 

  93년도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 94년도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 95년도 총학생회장직을 맡으며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우리 학교 김수현 졸업생과 우리 학교에서 일어났던 학생운동의 뜨거운 순간을 돌아보자. 

김수현 졸업생의 학생운동을 하던 당시 사진/ 김수현 졸업생 제공
김수현 졸업생의 학생운동을 하던 당시 사진/ 김수현 졸업생 제공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정치외교학과 88학번 김수현입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자치분권국장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세종시 국가균형발전지원센터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경기도중앙협력본부 세종사무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정부 부처와 경기도가 서로 간의 정책 동향을 파악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Q. 과 학생회장을 시작으로 단과대학생회장, 총학생회장까지 맡으셨는데요. 학생회장직을 계속하시게 된 계기나 목표가 무엇이었나요? 

 A. 제가 입학했을 때는 1987년도 6월 항쟁(전두환 군사정권의 장기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일어난 범국민적 민주화운동)이 있던 다음 해라 사회나 역사에 대해 공부를 하는 학회(학생 모임)가 활발하게 결성됐어요. 저도 정치 학회 활동을 하며 사회, 역사에 대해 잘 알게 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학생회장직을 하게 됐습니다. 

김수현 졸업생의 학생운동을 하던 당시 사진/ 김수현 졸업생 제공
김수현 졸업생의 학생운동을 하던 당시 사진/ 김수현 졸업생 제공

Q. 학생운동을 하게 된 사회적 배경이 있었나요?

 A. 학생의 눈으로 보기에도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것들이 많이 보였어요. 정의롭고 상식적인 세상을 만들기를 꿈꿨고 그 수단으로 학생운동을 하게 됐습니다. 그 당시 언론은 12·12사태나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정권의 나팔수처럼 보도했습니다. ‘땡전 뉴스’라고 해서 9시 뉴스 전에 대통령에 대한 소식이 먼저 나오는 게 관행이었던 시대였죠. 

  그러나 대학가에서 암암리에 구한 5·18민주화운동 비디오나 사진을 학내에서 상영회나 사진전을 개최해 많은 학우가 실상을 알게 됐어요. 저도 비디오와 사진 속 광주 시민들이 참혹하게 죽임을 당한 모습을 보며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자각했고, 너무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당시 우리 학교 캠퍼스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A. 1987년에 전국 학생운동 조직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 1기 출범식을 우리 학교에서 했어요. 그 후 3기 출범식까지 진행하면서 전국 대학 중 우리 학교의 학생운동 위상이나 영향력은 되게 컸던 거 같아요. 우리 학교 학우들이 먼저 행동해야 다른 대학들도 같이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우리 학교가 충청 지역 학생 운동의 거점이었죠. 

  80년대 군사정권 시대에 학생들은 부조리함에 맞서 싸우는 것에 호의적이었습니다. 그때, 캠퍼스 분위기도 굉장히 뜨거웠죠. 반면 90년대는 문민 정권으로 바뀌면서 운동의 방식도 변화하고,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전대협이 투쟁의 공동체였다면, 한총련은 생활, 학문 투쟁의 공동체로 활동하면서 분위기가 변화했죠. 

Q. 학생운동을 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나 개인적인 한계를 느꼈던 부분이 있으셨나요? 

 A.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정부의 탄압이었습니다. 학생운동은 항상 정부에 대해 비판하고, 가장 앞장서서 주장하는 집단이었기 때문에 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죠. 

  개인적으로는 부모님께서 제가 걷고자 하는 길에 대해 걱정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부조리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이 세상에 만연하다 보니 부모님의 반대에도 학생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생운동 지도부를 하면서 학생운동을 신념으로 생각하는 제 모습을 보고, 결국 부모님은 저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오게 된 거 같아요. 

Q. 학생운동에 참여하시면서 변화한 가치관이 현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사회적 약자가 존중받고 대우받으며 사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꿨고 이런 가치관은 지금도 항상 저를 움직이게 하는 거울과 같은 작용을 하고 있어요. 제가 어느 자리에 있든, 그때의 초심을 거울로 삼아 항상 성찰하며 제가 꿈꿨던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20대 때는 되게 순수했으나, 어찌 보면 무르익지 않은 거친 측면도 있었어요. 가장 앞장서려고 하고, 모든 것을 불사르려고 하니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되게 급진적이었죠. 하지만 저는 그런 점이 젊음의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열정으로 청춘을 바쳐서라도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려고 노력했던 자세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 더 성숙해졌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종합적이고, 균형 있게 유연해진 거 같습니다. 

Q. 당시의 학생운동이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A. 노동자, 농민, 여성 등 다양한 부문의 운동이 있었지만, 저는 학생운동이 가장 선도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역사에 큰 분기점들이 있잖아요. 1987년 6월 항쟁 같은 경우에는 전두환 정부가 군사정권을 더 연장하고자 7년 단임제를 하려고 했지만, 국민들이 호헌 철폐, 독재 타도를 외치면서 거리로 나왔거든요. 이처럼 대규모 저항운동이 이뤄낸 결과가 6·29 선언이었고 헌법이 개정됐습니다. 

  또,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과정에서도 당시 학생들이 탄압을 많이 당했어요. 이러한 선도적인 운동이 물론 대개 거칠고, 급진적인 측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5년 단임제, 절차적 민주주의, 선거를 통한 평화적인 정권 이양 등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Q. 영화 ‘서울의 봄’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감상평이 궁금합니다. 

 A. 그 당시 감정들이 그대로 올라왔습니다. 12·12사태는 군부 쿠데타였었고, 헌법을 유린하면서까지 정권을 창탈한 사건입니다. 민주주의 확산을 위해 우리가 주장했던 내용들을 영화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되니 가장 크게 든 감정은 분노였고, 그 다음은 좌절감이었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면 참 분하고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Q. 사회가 개인화되면서 정치나 사회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학생이 줄고 있습니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A. 저는 시대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개인화돼,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일이 줄어든 것을 옳고 그름, 이분법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요. 과거에 제가 학생 운동할 때는 소위 말해서 저항의 대상이 명확했습니다. 군사정권이었죠. 그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집단의 힘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공동체주의가 하나의 시대정신이자 과제로 대두됐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개인의 자아실현을 중요시하는 개인화된 시대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여기에 맞춰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학생들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거든요. 파편화된 개인들은 힘이 없죠. 어느 시대나 결국 사회 부조리나 불합리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 개인이 자아실현을 위한 노력들도 하되, 사회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항상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후배들의 권익이나 자존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연대 네트워크에 대해서 실존적인 고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Q. 현재 학생 사회가 전보다 위축돼 있는데, 이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A. 안타깝죠. 물론 개인의 시대로 전환됐다고는 하지만 개인의 목소리, 권익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이것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 대표, 조직은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학생회나 동아리 연합회를 통해 학생 본부가 나서 총장님과 등록금 협상도 하고, 우리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하나의 목소리를 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보니까 학생 사회가 많이 취약한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강하고, 하나로 집결돼야 대학 본부에서도 경청하게 되거든요. 

  지금은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 익숙한 시대다 보니 지금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맞는 집단 지성과 연대의 힘을 기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우리 학생들의 권익을 찾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대학생 때의 자신과 이야기 할 기회가 생긴다면 과거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 정말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참 부끄럽지 않게 열정을 다해 양심적으로 살았던 그때의 나에게 고생했고, 응원한다고 전하고 싶어요. 또 지금의 나로 돌아와서는 과거의 나를 거울로 삼아서 항상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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