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사설

  지난 한 해 우리 대학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중 중요한 사건은 현 총장이 촉발한 한밭대와의 통합 논의 공식화와 ‘글로컬 대학 30’ 사업 탈락, 제20대 총장 선거일 것이다. 현 총장은 ‘글로컬 대학 30’ 사업에 재도전할 것이며 그와는 별개로 통합 논의가 지속돼야 한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차기 ‘글로컬 대학 30’ 사업을 준비하면서 무학과 제도, 학과 통폐합 등의 학사 구조 개편과 특성화 분야 육성 등의 내부 혁신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학령인구의 급감과 장기간 지속된 등록금 동결로 대학의 재정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의 구조 조정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취업난 악화로 휴학과 졸업 연기가 흔해진 대학생들을 위해 취업률이 낮은 비인기 학과는 통폐합하고, 시대에 부응하는 인재를 키워 내기 위한 학사제도 개편도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대학의 변화가 지금의 우리에게 불가피한 일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변화의 방향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저출생 문제는 1990년대부터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었고,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였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구조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교육부는 정원 감축과 등록금 동결 등으로 대학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연구와 교육에 전념해야 할 교수들은 재정 악화에 시달리는 대학의 존립을 위해 각종 정부 재정지원 사업과 교육부 평가에 부응하는 일에 몰두해야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한가? 교육부 예산의 한계, 평가 체계의 불합리성 등으로 지역 간 교육 격차 확대와 대학의 서열화만 심화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역사를 통해 지도자의 잘못된 선택이 국가와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를 배워 왔다. 이는 먼 나라, 오래전 일에서만이 아니다. 2014년에 벌어진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들이 느꼈던 안타까움과 분노는 2022년의 이태원 참사, 2023년의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해병대 제1사단 일병 사망 사고에서도 이어졌다.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으로 부각된 교권 침해의 문제는 비단 공교육의 문제만이 아니라, 과도한 경쟁과 성과 중심의 가치가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 등 우리 사회가 초래한 많은 문제가 복합된 사태로 이는 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는 6대 국정 목표 중 하나로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를 내세우며 ‘과학기술이 선도하는 도약의 발판을 놓겠다’고 하였으나, 오히려 과학기술계를 카르텔로 지목하며 국가 R&D 예산을 삭감하였다. 최근 여당이 제기한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 공약은 윤석열 정부가 천명했던 ‘지방시대’뿐 아니라 ‘지방소멸대책’에 역행하는 일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와 교육부, 그리고 총장에게 묻는다. 지금의 대학 정책은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라는 국정 목표에 부합되는가? 정원감축률과 연계된 평가, 정부 정책 수용도 제고를 위한 재정지원사업 선정이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인가? 학령인구 급감,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인재 양성을 위한 학사제도 개편이라는 미명하에 대학의 자율성과 학문의 다양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진리 탐구와 지식 창출을 바탕으로 하는 자유로운 학문 연구와 전수가 대학 본연의 목적이며 소명이고, 이를 통해 사회와 국가의 경쟁력도 제고될 수 있다. 2024년 새해, 총장은 대학의 존립을 빌미로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따르지 말고, 무능한 정부와 지도자의 무모한 선택에 대해서는 과감히 비판하기를 바란다. 대학의 자율성과 학문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그러한 미래를 선도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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