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혜 기자,  언론정보학과
이승혜 기자, 언론정보학과

  영화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2023년 한국 영화의 대미를 장식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신군부 세력의 군사 반란을 그 배경으로 한다. 유신체제가 붕괴하며 프라하의 봄처럼 서울에도 봄이 찾아올 것이라 믿었던 국민들의 소망은 신군부의 반란으로 짓밟힌다. 역설적이게도 학보사는 이 당시 가장 찬란했다. 기성 언론이 정권의 탄압 속에 검열받자, 학보사가 언론 기능을 대신 수행하며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찬란했던 학보사는 옛 추억 뒤편으로 사라졌다. ‘학보사가 위기다’라는 말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은 학생자치기구와도 함께한다. 학보사와 학생자치기구는 모두 학우들의 무관심 속에 아파하며 씨름한다. 종종 학생자치기구에서 학보사에 도움을 요청할 때가 있다. 학내 언론사이기에 학우들의 권리를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학보사조차도 학우들에게 외면받는 상황에서 학보사가 그들에게 어디까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싶은 고민 앞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일 때가 있었다. 

  물론 학보사의 영향력이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때와 같을 순 없다. 대학 언론까지 나서지 않아도 될 만큼 우리 사회는 발전했고, 기성 언론은 보도지침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연스레 학보사는 대학의 목소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학보사는 대학 내에서조차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이에 지금의 학보사는 대학 홍보지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쓰기도 한다. 심지어는 학보사의 존재 자체를 모르기도 한다. 시대는 변화했지만 학보사는 그 속에서 방향을 잃은 채 표류한다.  

  기자는 적어도 학보사가 단순히 학교의 소식만을 실어 나르는 홍보지로 전락하는 것은 막고자, 학내의 문제를 찾기 위해 분주히 노력했다.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들이 기사를 통해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며 기자는 충대신문에서의 시간이 결코 의미 없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더욱이 기자가 몸 담고 있는 곳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정점에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기자는 충대신문에서 일하는 동안 기자를 존중해 주고, 자칫 예민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최선을 다해 답변하며 노력해 보겠다는 학내 구성원들을 많이 만났다. 이들이 있어 우리 학교가 발전할 수 있음을 믿는다. 

  학보사는 어떠해야 하는가. 입사할 때부터 퇴사를 앞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맴도는 고민이다. 그러나 학보사가 어떤 역할을 감당하고 있든지 간에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학교 발전을 이끌 수 있음에는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학보사는 있어야 한다. 누가 알아주지도, 관심을 가져주지도 않는 열악한 환경임에도 각자 자리에서 학보사를 지키고 있는 기자들이 있다. 종강을 했음에도, 연말임에도 마음껏 쉬지 못하고 지금 이 순간까지 기사 수정과 편집에 애쓰는 기자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이 모든 것들이 절대 가치 없지 않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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