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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 기자,  독어독문학과
송민경 기자, 독어독문학과

  최근 들어 인기 미디어 플랫폼 유튜브에서 ‘술 먹방’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술 먹방은 술을 마시면서 방송한다는 것을 줄인 말로 콘텐츠에서 음주 장면이 나오는 경우에 해당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TV 프로그램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8조(건전성)에 따라 방송에서 음주 내용을 다룰 때, 이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게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반면 유튜브는「방송법」상 방송으로 취급받지 않아 해당 미디어를 통해 등장하는 음주 장면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정부에서 규정한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그래서 유튜브 내에서는 음주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수 조현아가 진행하는 유튜브 음악 토크쇼 프로그램 ‘조현아의 목요일 밤’에서는 술과 함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주요 콘텐츠이다. 지난해 국내 유튜브 최고 인기 영상 1위를 차지했던 유튜브 예능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에서도 래퍼 이영지가 자신의 집에 손님을 초대해 술을 먹으면서 수다를 떤다. 두 프로그램 외에도 예능인 신동엽의 ‘짠한형’, 만화가 기안84의 ‘술터뷰’ 등 다양한 유튜브 콘텐츠에서 음주 장면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술과 관련된 미디어 콘텐츠들이 유튜브에서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주 콘텐츠에서 평소 자신이 좋아했던 혹은 멀게만 느꼈던 연예인이 술을 마시며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을 보며 그들과 더욱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 음주 콘텐츠에서만 볼 수 있는 취중진담(醉中眞談) 요소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속 음주 장면을 단순히 재미를 위한 요소로 보기엔 여러 부작용이 존재한다. 현재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음주 콘텐츠는 어린이와 청소년도 비교적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그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미디어를 통해 음주 장면을 접하게 되면 청소년들은 이를 따라 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에 개정된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에는 음주 행위를 과도하게 미화하는 콘텐츠와 장면에서 연령 제한 등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접근성을 최소화하고, 경고문구 등으로 음주의 유해성을 전달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는 정부에서도 미디어 내 음주 장면이 미성년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을 나타낸다. 

  술 먹방 콘텐츠는 우리나라에 만연한 음주 문화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원활한 집단생활을 위해 술을 마셔야 한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해당 콘텐츠 속에 나오는 사람들도 친구 혹은 동료들과 술을 마시며 주량을 과시하거나 만취할 정도로 음주하는 모습이 나오곤 한다. 그러나 끊임없이 뉴스를 통해 음주 관련 사고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술 먹방을 관대하게 다뤄선 안 된다. 아직 가치관이 자리 잡히지 않은 청소년이 콘텐츠에서 음주 장면을 보고 술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면 이러한 음주 문화를 더욱 조장하게 된다.  

  따라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술 먹방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들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콘텐츠가 시청자에게 주는 즐거움이 큰 만큼 사회에 주는 그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자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정부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이 강제성을 띠고 있지 않아도 해당 규정에 준수한 콘텐츠를 만들려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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