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미끼 매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던 중고차 시장에 국내 자동차 대기업이 진출해 소비자들이 환영하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현대자동차가 국산차 최초로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했고, 이어 기아자동차도 인증중고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증중고차는 자동차를 판매한 업체가 자사의 중고차를 매입해 직접 진단, 정비한 뒤 판매하는 자동차다.

  국내 자동차 대기업들이 그동안 중고차 사업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지난 2013년 중고차 판매업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9년에 중소기업 적합 업종 규제 기한이 만료돼 법적 장애물이 사라졌고, 지난해 3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하며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으로 진입할 길이 열렸다.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했을 때 가장 기대되는 점은 신뢰성 향상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현대자동차는 국내 최다 수준인 280여 개의 항목을 검사하는 품질 인증 시스템을 선보였다. 품질 인증이 끝난 차량에는 상세한 점검 리포트가 발행되며 고객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기아자동차도 9단계의 인증 검수를 거친다. 특히 전기차는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를 측정해 신차와 성능을 비교하는 정밀한 EV 성능평가를 실시한다. 또한 두 업체 모두 출고한 지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km 이하, 무사고 차량만 판매한다. 이처럼 중고차임에도 높은 품질을 보장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국내 자동차 내수 시장의 80% 이상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막대한 자금력과 전국적인 판매 유통망으로 고품질의 매물을 독점한다면 기존 중고차 업체는 좋은 매물을 얻기 힘들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SR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영세업자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제품을 취급하게 돼 결국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게 되는 독과점 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기업들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시장 점유율 제한을 약속했다.

  자동차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중고차 시장의 규모가 더욱 커져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대기업의 중고차 매물이란 이유로 무턱대고 신뢰해서는 안 된다. 중고차 구매 시 스스로 차량과 관련된 정보를 숙지하고 검사 내역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가격, 옵션 등을 고려해 비슷한 조건의 매물들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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