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나고 가수 최고은의 공연을 보러 서울에 올라갔던 날을 기억한다. 낯선 도시의 밤공기, 혼자 찾은 서울 시내의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작은 공연장. 복잡한 생각에 잡혀있던 시기였다. 해결되지 못한 질문들을 안고 떠났을 때, 돌아오면 그 모든 것들이 정리되어 있을 줄 알았다. 결과적으로 풀어낸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힘들 때 들었던 음악들이 다시 힘들어하는 내게 위로가 되어줄 뿐이었다.

  최고은이 기획한 영화가 상영된다는 소식에 영화관을 찾았다. 이번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광주극장을 배경으로 한다. 광주극장은 1935년 개관하여 지금까지 영화를 상영하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단관극장이다.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그대로의 모습으로 버텨온 이곳을 여덟 팀의 음악인들이 찾는다. 극장의 곳곳을 무대 삼아 자신의 노래를 부르고, 그들 또한 음악을 하며 어떻게 버텨내고 존재해 왔는지를 소개한다.

  찾아온 음악팀은 김일두, 김사월, 곽푸른하늘,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고상지와 이자원, 정우, 아마도이자림밴드. 여기에 호스트인 최고은과 바이올리니스트 주소영, 그리고 여전히 광주극장에서 손간판을 그리는 박태규 화백도 출연한다. 모두 대중적 인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더라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온 예술인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삶은 버텨내고 존재하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삶이 개관 이래로 상영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은 적 없는 광주극장과 닮아있다.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어렵다. 광주극장은 멀티플렉스 등에 밀리며 경영의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후원금으로 버티고 있지만 여전히 재정난이라고 한다. 문화예술인들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공연 기회를 많이 잃었다. 버텨내고 존재하기가 더 힘든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최고은은 영화 소개 글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버텨내고 존재하기의 괄호 앞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숨어있는 가치를 지켜내는 것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삶을 지켜나가며 버티는 것은 그에 내재된 가치를 지켜내는 것과 같다. 가치의 내용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그 가치들은 모두 하나의 기준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수능이 아닌 다른 시험을 가까이에 두고 다시 최고은의 노래를 듣는다. 이번에는 무대가 아닌 스크린에서, 혼자가 아닌 다른 아티스트들과 함께이다. 풀어내지 못한 문제는 그대로 쌓여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끔 위로를 받는다. 최고은의 노래 <축제>는 축제가 끝나도 “인생의 무대는 계속되고 남겨진 날은 숨바꼭질처럼” 남아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보편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래 품어왔던 꿈들이 흐려지는 걸 경험한다. 그리고 때로 잘못된 방향으로 너무 많이 걸어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숨바꼭질은 불안감 키우고 후회를 부른다. 

  그러나 지금의 어려움으로 그동안의 힘들었던 시간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무너지지 않고 지금까지 나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버텨내고 존재하는 삶은 충분히 가치 있다.

김동영 (경제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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