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밀물썰물

김민수 기자,  정치외교학과
김민수 기자,  정치외교학과

  무당층(특정 정당을 지지∙선호하지 않는 유권자)의 수가 심상치 않다. 지난 1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를 묻는 질문에 25%의 응답자가 무당층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연령별로는 18세~29세에서 49%, 30대에서는 37%를 웃돈다. 여야의 지지율이 각각 37%, 34%인 것을 감안하면, 여론 지형은 여야와 무당층이 삼분(三分)하는 셈이다. 이처럼 무당층이 늘어난 데에는 유권자들의 ‘정치 거부감 증가’가 주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들에게는 한국 정치를 주도하는 거대 양당 모두 ‘비호감’이라는 얘기다. 

  무당층의 시선에서 정치는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그간 정치권은 서로를 향한 비방전에 몰두했다. 민의를 대변하는 장인 국회의사당에서 고성과 야유가 오가기 일쑤였고, 거리에는 정치 현수막이 내걸렸다. 국회는 더 이상 타협과 포용, 품위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으로 전락했다. 더구나 여야가 정쟁에 매몰되니 소위 ‘대깨윤’, ‘개딸’ 같은 강성 지지자들도 득세한다. 당연하게도 정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는 그들 관심 밖의 일이다. 그들은 극단으로 치닫는 비방전에 환호를 보내고 말초적인 자극만을 느낄 뿐이다. 이러니 저 무당층이 정치에 신물 나지 않고서야 배기겠는가. 

  그나마 지난 달 여야가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장 내에서 팻말 시위나 고성을 삼가기로 신사협정을 맺었지만, 이마저도 흐지부지될 위기에 놓였다. 당초 신사협정의 시험대로 점쳤던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도 고성과 야유가 흘러나왔고, 여전히 원색적인 비난으로 점철된 논평이 하루에도 수 개씩 발표된다. 또 신사협정을 비웃듯 국회가 아닌 장외에서 여야의 ‘포격전’은 그칠 줄 모르는 실정이다.

  물론 논쟁하지 않는 정치란 존재할 수 없다. 논쟁하는 일은 정치인의 의무이기도 하다. 문제가 되는 건 논쟁의 초점이 민생을 족족 빗겨나갈뿐더러 민생을 외치면서도 정작 행동은 뒤따르지 않는 정치권의 구태일 테다. 그런데도 흉상을 옮기느니 사법 리스크니 하는 문제에 열을 올리는 여야를 보고 있자면, 그 수준이 유치하거니와 그들이 외치는 민생이란 ‘신기루’는 아닐지 허무할 지경이다.

  그렇기에 여야 모두 이왕이면 좀 더 건설적인 문제에 큰 소리를 냈으면 한다. 정치가 무관심하면 민생은 수렁에 빠진다. 오늘날 가계부채는 거품처럼 불어나고, 감당해야 할 이자도 만만치 않다. 소비자물가 역시 상승하고 있다. 청년들은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노인들은 여생을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국민들의 미래를 책임질 국민연금 개혁과 출산장려책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마저 어떻게 될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이렇게 민생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정쟁에만 몰두하기에는 정치가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

  거지양륜(車之兩輪), 수레의 두 바퀴처럼 서로 떨어져서는 제구실 못 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바퀴 한 짝만 달려서는 수레가 나아갈 수 없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를 바로 세우려면 여야가 함께 나아가야 한다. 신사협정이라는 간판만 내건다고 정치가 단숨에 바뀔 거란 기대는 금물이다. 의원 개개인부터 정당 지도부에 이르기까지, 정치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품어야 한다. 생색내듯 하는 건 의미가 없다. 민생을 위해서도, 얼마 남지 않은 총선을 위해서도 여야 모두가 ‘타협의 정치’를 행동으로 옮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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