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스, 배달의 민족, 쿠팡 어플 내 화면  인포/ 진소영 기자
아이디어스, 배달의 민족, 쿠팡 어플 내 화면 인포/ 진소영 기자

  우리 학교 윤정헌(언론정보학·4) 학우는 반려견 자동 급식기를 구매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앱 ‘쿠팡’에 접속했다. 윤정헌 학우는 “반려견 자동 급식기의 가격이 12만 원인 것을 확인하고 최종 결제 화면에 들어가니 가격이 15만 원으로 올라있어 당황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쿠팡에선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에 가입하면 받을 수 있는 혜택과 쿠폰을 적용한 가격을 최초로 표기하고 최종 결제 단계에선 아무것도 적용되지 않은 기본 가격을 청구한다. 또한 구매 과정에서 멤버십 가입 혜택을 지속해서 언급하거나 멤버십 가입 전후의 가격을 나란히 표기하고 두 가격의 색상을 대비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혼란을 일으킨다. 결국 윤정헌 학우는 구매 과정에서 표시된 ‘로켓와우 구독 시’ 혜택을 준다는 문구가 적힌 자체 광고를 보고 멤버십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온라인 거래가 활발해진 요즘 다크패턴 피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 국내 구독 경제 시장 규모,  인포/ 진소영 기자
연도별 국내 구독 경제 시장 규모, 인포/ 진소영 기자

  ‘다크패턴’이란? 

  다크패턴은 이용자를 속이기 위해 교묘하게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로 소비자의 착각, 실수, 비합리적인 지출 등을 유도하며 이익을 취한다. 그 때문에 다크패턴은 ‘눈속임 상술’이라고도 부른다. 2010년, 영국의 UX(User Experience) 디자이너 해리 브링널(Harry Brignull)이 다크패턴을 알리고 기업의 만행을 고발하려는 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웹사이트가 대중에게 알려지며 다크패턴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수면 위로 떠오른 다크패턴 

  다크패턴은 2G 네트워크를 사용할 때부터 존재했지만, 본격적으로 문제가 심화되기 시작한 때는 2010년 이후 스마트폰과 모바일 앱이 생겨나면서부터다. 2021년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소비자가 빈도 높게 이용하는 앱 100개를 분야별로 선정해 조사한 결과, 100개의 앱 중 97개에서 최소 1개 이상의 다크패턴이 발견됐다. 현재 음원·영상 콘텐츠, 출판물, 의류 및 패션 등 여러 방면에서 앱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으며 사업자들이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다크패턴 주요 유형,  인포/ 진소영 기자
다크패턴 주요 유형, 인포/ 진소영 기자

  다크패턴 주요 유형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거래 환경을 조성할 목적으로 지난 7월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공정위는 다크패턴 행위를 핵심 작용 방식과 소비자 피해의 양태·효과 등에 따라 ▲편취형 ▲오도형 ▲방해형 ▲압박형 4개 범주로 나누고 19가지 세부 유형으로 분류했다.   

  - 다크패턴 유형으로 본 유통 플랫폼 

  하루만 적용되는 할인 쿠폰이 있다는 알람에 혹한 윤정헌 학우는 쿠팡에 접속해 무선 마우스와 키보드를 구매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할인된 제품의 가격이 정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이는 오도형 상술의 ‘거짓 할인’에 해당하는 수법으로 거짓되거나 과장된 할인 정보를 제시해 소비자를 유혹하여 높은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그뿐만 아니라 종전 판매가의 두 배가량 가격을 올린 뒤 ‘1+1 행사’를 진행해 마치 덤으로 주는 것처럼 위장하는 행위로 거짓 할인에 포함된다. 

  또한 윤정헌 학우는 “로켓와우 해지 의사를 묻는 문구에서 예/아니오의 위치가 바뀌어 있고, 멤버십 해지 의사를 수차례 물어 지쳤다”며 “로켓와우 해지가 번거로워 결국 해지를 포기했다”고 했다. 사업자가 선택란의 위치를 교차한 행위를 오도형 상술의 ‘잘못된 계층 구조’라 한다. 이는 소비자에게 불리하거나 사업자에게 유리한 선택 항목을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표시해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드는 행위다. 반복적인 안내 문구로 많은 터치가 필요하게 만드는 것은 방해형 상술의 ‘클릭 피로감 유발’에 포함된다. 

  온라인 여행 서비스 ‘아고다’를 이용했던 우리 학교 전다겸 학우(언론정보학·3)는 “아고다에 접속하는 동시에 ‘2시간 한정 라스베이거스 여행을 특가로 예약하세요’, ‘앱에서 첫 예약 시 10% 할인 혜택을 얻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의 팝업이 여러 차례 떠서 결제를 서두른 경험이 있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는 압박형 상술의 ‘반복 간섭’ 유형으로 팝업창 등을 통해 특정 행위를 반복적으로 요구해 소비자가 그 행위를 하도록 압박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20, 30대 여성이 주 고객인 의류 쇼핑 앱 ‘지그재그’에서는 첫 페이지에 쿠폰을 적용한 가격을 보여주고 결제를 진행하려고 하면 쿠폰 적용 기준이 까다로워 사용하지 못하는 형태의 상술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상술은 편취형 상술의 ‘순차공개 가격책정’이다. 상품의 검색결과가 나타나는 첫 페이지에는 일부러 가격을 낮게 표시하며, 결제가 진행됨에 따라 숨겨진  가격을 차츰 보여주고 마지막엔 이 모든 가격을 합산해 최종가격으로 청구하는 행위다. 앞서 윤정헌 학우가 경험한 ‘자동 급식기’의 사례도 이에 해당한다.

  - 다크패턴 유형으로 본 구독서비스    

  전다겸 학우는 “구독 중인 넷플릭스와 애플 뮤직은 별도로 결제일을 고지해 주지 않고 자동으로 매달 일정 금액이 결제돼서 매달 결제일을 신경 써야 한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처럼 서비스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되거나 결제 대금이 증액될 때 소비자에게 별도의 동의나 고지 없이 계약을 자동 갱신하고 그 대금이 자동 결제되도록 하는 행위는 편취형 상술의 ‘숨은 갱신’에 해당한다.

  우리 학교 김채은(영어영문·3) 학우는 “멜론을 이용하는 아이폰 사용자는 앱에서 이용권을 해지할 수 없어 웹사이트를 통해 우회해서 해지해야 한다”며 멜론의 유료 이용권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느낀 번거로움을 언급했다. 또한 “해지 버튼을 누르면 다시 추가 이용을 권장하는 새로운 페이지가 열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멜론의 ‘해지하기’ 버튼의 색상은 ‘유지하기’ 버튼의 색상보다 어둡게 표시돼 있는데, 이는 방해형 상술의 ‘취소·탈퇴 등의 방해’에 속한다. 이 유형은 바퀴벌레가 있는 허름한 모텔의 벌레 유인용 덫처럼 들어가기는 쉽고 나가기는 어렵게 설계됐다는 의미에서 ‘바퀴벌레 모텔’이라고도 불린다.

  한 남성은 SNS를 통한 연금 조회 과정에서 본인 인증을 하게 된다. 안내 절차대로 진행해 본인 인증을 마치고 보니 ‘유비키 인증서에 가입됐다’는 문구와 함께 990원이 지출됐다. 유비키는 월 990원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는 구독형 온라인 전자서명 서비스로, 앞의 사례와 유사한 혼란을 일으켜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화두에 올랐다. 이처럼 소비자의 동의 없이 선택사항을 미리 선택해 이를 무심코 지나치도록 유도해 그대로 수용하게 하는 행위는 오도형 상술의 ‘특정옵션의 사전선택’에 해당한다.

  다크패턴, 왜 확산됐나? 

  - 스마트 커머스와 소셜 커머스의 성행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쇼핑에서 유통, 마케팅까지 아우르는 ‘스마트 커머스’가 등장했다. 온라인 상거래를 의미하는 ‘이커머스’가 발전한 형태인 ‘스마트 커머스’는 개인화, 예측 분석, 자동화, AI 등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 소비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 더불어 청년들 사이에선 인스타그램, 틱톡 등의 플랫폼을 통해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돼 SNS를 통해 이뤄지는 ‘소셜 커머스’ 열풍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엔 스마트 및 소셜 커머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소비를 부추기는 눈속임 상술이 자주 등장한다.

  - 구독서비스의 대중화 

  구독형 서비스는 다방면에서 주목받으며 플랫폼 기업의 주요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T 경제연구소’의 ‘연도별 국내 구독 경제 시장 규모 조사’에 따르면 구독 서비스는 5년간 꾸준히 수요가 증가했다. 구독 서비스는 ▲OTT 서비스 ▲멤버십 구독형 쇼핑 앱 ▲클라우드 구독 서비스 ▲이모티콘 구독제 등의 다양한 플랫폼 형태로 진화했다. 이와 함께 멤버십 기간을 연장하거나 고지를 생략하며 소비자에게 과금을 유도하는 방식이 고도화되고 있다.

  온라인 소비 생태계 위협  

  다크패턴은 엄연히 사기 수법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부주의로 인한 착각으로 상술에 걸려들기 쉽다. 이러한 현상이 과열되면 품질과 서비스로 우위를 점하는 본질적인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동종 업계 간의 경쟁 없이도 양쪽 기업이 이익을 취할 수 있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다. 또한 디지털 생태계 내에서는 특정 기업이 과도하게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곤 하는데 이와 같은 기업은 온라인상에서 고객을 더 쉽게 유지하거나 정보를 재전송해 시장 지배력을 활용하고 경쟁 기업들을 압도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다크패턴은 소비자와 시장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크패턴의 동향 

  기존의 다크패턴은 앱 또는 웹 사이트 사업자들에게 일종의 마케팅 기법으로 치부되며 따로 규제받지 않는 상태였다. 그러나 공정위는 지난 4월 당정협의회에서 다른 마케팅 유형과는 달리 다크패턴이 소비자에게 피해를 야기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온라인 다크패턴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문제가 되는 13개 행위 가운데 ▲숨은 갱신 ▲순차 공개 가격책정 ▲속임수 질문 ▲특정 옵션 사전 선택 ▲거짓 추천 ▲취소·탈퇴 방해 총 6개 행위의 경우 현행법으로 규율하기 어려워 법적 근거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며, 이에 관련 입법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혔다.

  우리 학교 법학과 이효경 교수는 “다크패턴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지금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법률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공정위가 입법이 완료되기 이전에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고자 한 것”이라 밝혔다. 공정위는 제정된 가이드라인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각 회원사와 사업자 간담회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의 개선점과 한계점

  이효경 교수는 “소비자가 다크패턴을 명확히 인식하고 대처함으로써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할 수 있고, 사업자는 자신들이 활용해 오던 상업적 기술이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지 점검해 볼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 이후의 상황을 전망했다. 그러나 “자율규제만으로는 다크패턴을 신속하게 대처하긴 어렵다”며 “다크패턴 규제를 위한 전자상거래법이 제정되면 소비자에게 광범위한 피해를 주는 다크패턴을 실효적으로 규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크패턴 해결방안은   

  다크패턴 가이드라인이 제정된 이후 공정위와 정부는 입법 논의와 규제 마련에 힘쓰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이용우 의원과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각자 전자상거래법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법률안의 내용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안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설계·수정·조작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행위를 다룬 안건 ▲사업자에게 결제 대금이 증액 혹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되는 경우 이를 통지하고 표시 할 의무등이다.

  한편 앱 개발자와 기업 측은 다크패턴 규제를 위한 법안 발의를 한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의 독립적인 구매 결정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다크패턴을 마케팅으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으나 기업 측에선 소비를 유도하고 유저를 확보하려는 시도이고 비즈니스의 본질적 행위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대법원 판례(2009두9543 판결)에서는 ‘기업은 자유경쟁 시장에 있어 고객을 유인해 확보하는 것은 거래의 실현 도모를 위해 필수적이고, 따라서 유인행위 자체는 경쟁체제의 유지,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공정거래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우리 학교 소비자학과 고대균 교수는 “소비자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새로운 법안을 도입할 때는 항상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다크패턴 전체를 규제의 대상으로 지정하게 되면 규제를 위한 행정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 얻는 실익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발의 중인 규율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검은 눈속임을 피하기 위한 자세 

  다크패턴 피해는 처벌과 보상에 대한 장치가 미비해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소비자는 제정된 가이드라인을 읽어보고 본인의 합리적인 소비 습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고대균 교수는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신중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며 “다크패턴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유형과 사례를 살펴보며 왜,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이해하면 소비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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