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맨다 몬텔 저,  『컬티시 : 광신의 언어학』
어맨다 몬텔 저, 『컬티시 : 광신의 언어학』

  몇 년 전 여름, 아리 애스터 감독의 영화 <미드소마>가 많은 인기를 끌었었다. 특히 <미드소마>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고, 많은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꼈던 부분은 낯선 마을의 독특한 분위기와 문화, 그리고 그것을 통한 새로운 공포였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전부 참여하는 축제는 주인공을 비롯한 친구들이 보기엔 충격적이었으나, 마을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겐 당연한 것이었다. 오히려 그러한 낯선 행위나 가치관은 마을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 영화는 책 사이에 ‘컬트적(cultish)’인 것을 설명하기 위해 종종 등장한다. 책에 따르면 이를 “공동체와 연대감을 조성하고, ‘우리’와 ‘저들’을 구분하고, 공동의 가치를 확립하고…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이한 방식”으로, 영화 속 마을을 컬트적인 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첫 장에서 저자는 인간이 태생적으로 컬트적인 존재라고 말한다. 근본적으로 타인과 연결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집단과 공동체의 소속감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 ‘멀쩡한’ 사람이 비합리적인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전 시대에 소속감은 종교의 영역이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다양한 컬트가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저자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특히 미국이 ‘컬트’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미국의 자유방임적인 분위기에서 미국인들이 각자도생하는 사실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그렇다면 ‘컬트’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킬까? 저자는 이를 한 가지로 정의하는 대신 여러 학자의 정의를 가져온다. 하지만 컬트에는 공식적인 학문적 정의가 없고, 그 의미는 광범위하고 주관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몇 가지 요소를 정리해 보자면, 컬트는 어느 정도 초현실적인 믿을 가진 집단에 적용되어 왔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집단의 지도자가 구성원을 착취할 수 있도록 하는, 헌신 위에 구축된 권력 불균형, 영웅 숭배, 그리고 절대적인 신뢰’(46~47쪽)다. 여러분은 이를 보고 어떤 것이 생각나는가? 올해 3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나는 신이다>와 비슷한 것이라면, 일단 그것을 컬트라고 생각해 보자.

  저자는 이러한 ‘컬티시’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기반을 ‘언어’에서 찾는다. 이후 인터뷰에서 등장하는 신흥종교이든, 자기 계발 용어로 점철된 화장품 다단계 판매업이든 이들은 늘 새로운 단어와 표현을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집단 자살로 세상에 알려진 사이비 종교들을 보면, 교리의 내용을 떠나 구성원들은 지도자를 숭배하고, 그에 대한 신뢰를 적극적으로 발설한다. 이때 집단 내에서 통용되는 특별한 표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저자의 인터뷰에 따르면 집단을 벗어난 후에도 그 표현을 일상에서 마주할 때, 다시 그때의 기억이 떠오를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언어의 힘은 비단 구원이나 믿음을 이야기하는 신흥 (사이비)종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다단계 마케팅회사, 피라미드 사기 등에서도 비슷하게 관찰될 수 있는 현상이다. 동기부여를 위해 같은 구호를 외치고, 구성원들이 선택받았다고 느끼게 한다. 예를 들어 다단계 마케팅에서 ‘사업가’는 ‘경제 안에서 존재하는 도덕적으로 우월한 방식’을 의미한다고 말한다(192쪽). 미국에서 개신교와 프로테스탄트 윤리, 기업화의 합작으로 생겨난 다단계 마케팅 중 몇 개는 실제로 한국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컬트적인 것의 배척이나 그것의 악영향을 말하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인간은 어딘가에 소속되고자 함으로, 컬트적인 것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여러 컬트에 동시에 속해있는 것을 다른 컬트에 깊이 빠지지 않는 해결책 중 하나로 보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집단에 소속되기를 원할 수밖에 없는, 공동체와 언어의 관계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최수이 (언론정보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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