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생김새는 제각각입니다. 눈이 큰 사람, 콧구멍이 넓은 사람, 입술이 부각되는 사람 등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생김새는 제각각이죠. 저는 오늘 제 생김새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때는 약 한 달 전. 본격적으로 학기가 시작되고 개강의 설렘에 온 캠퍼스가 들떠있던 때였습니다. 매일 열리는 술자리로 거리는 정신이 없었습니다. 캘린더에는 개강총회나 OT 따위로 꽉꽉 들어찼고 처음 보는 사람들은 서로 알아가기 바빴죠. 수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명 OT 주간이라고들 하더군요. 첫 주 차에는 으레 그렇듯이 진도를 나가기보다는 앞으로 있을 수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며 맛보기식으로 간단간단한 이야기만을 언급하는 데 그치셨습니다.

  강의실에 들어서면 온통 모르는 얼굴뿐.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된 것 같은데 매번 어색하고 뚝딱거리는 걸 보면 저도 참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사는 모양입니다. 사실 처음 보는 건 비단 학생들끼리만 그런 건 아닙니다. 교수님도 마찬가지로 처음 보는 얼굴입니다. 이쯤 읽으셨으면 의아해하실 거로 생각합니다. 생김새 얘기를 하다 말고 갑자기 뭔 OT 타령이지?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사회학과입니다. 그리고 제가 신청한 수업은 언론정보학과 수업이었고요. 연이 전혀 없었다고 말하는 중입니다. 당연히 교수님도 처음 뵙는데 출석을 부르다 말고 제 차례에서 잠시 멈추시더니 교수님께서 한참을 쳐다보시더군요. 처음에는 대답하면서 작은 소리로 트림한 게 걸린 줄 알았습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구면이죠?” “?” 제 머리 위에는 무수한 갈고리가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설명을 드릴까하다가 정중하게 “오늘 처음 뵙습니다” 라고 설명을 해드리자 허허 웃으며 납득하셨습니다. 뭐 이 정도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뒤로 이어진 3개의 수업에서 모든 교수님께서 저를 아는 척하시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참석한 전공수업에서도, 5분 정도 늦게 들어간 핵심 교양 시간에도, 그리고 4시에 시작된 마지막 수업에서도 어김없이 모든 교수님께서는 저에게 반가움을 표하셨습니다. 이거 혹시 트루먼쇼 뭐 그런 건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수업 듣다 말고 뛰쳐나가면 스태프들이 저를 잡으러 오는 거냐는 생각에서부터 제지당하면 명치부터 가격해야 하나 목젖부터 가격해야 하나라는 고민으로 이어질 때쯤 망상이 과하다 싶어 혼자 반성했습니다.

  왜 이런 걸까요? 이건 그냥 이렇게 생겼다 저렇게 생겼다 수준이 아니라 무언가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공통적인 이목구비를 제 얼굴이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요즘은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여 AI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다고도 하던데 제 사진을 가지고 머신러닝을 시켰다면 코딩에러가 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건 뭐랄까 흔하게 생긴 생김새 탓에 저는 길거리에서도 곤욕을 치르는 편입니다. 종교권유며 가게 신규 오픈, 지역행사 관련된 홍보활동이나 판촉 활동이 벌어지면 어김없이 저를 지목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부르는 대로 다 들어드리고는 했는데 이제는 뭐가 되었든 귀찮아지는 바람에 조용히 지나가고 싶을 따름입니다. 그렇다고 애타게 부르시는 분들을 무시하자니 마음이 아파서 그냥 인도계 억양을 구사하는 재한 교포 컨셉으로 영어를 구사하곤 합니다. 종교권유를 피하고자 배운 영어가 어느새 OPIc AL에 도전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흔하게 생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어... 사실 위에까지만 적고 끝내려고 했는데 작성하다보니까 한 문단 정도 모자랄 것 같다는 느낌이 옵니다. 이게 학우연재 1년차의 감각 아니겠습니까? 평소 가벼운 문체, 가벼운 내용을 지향하던 저이지만 오늘만큼은 좀 진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생김새는 모두가 제각각입니다.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생김새가 존재하죠. 흔한 생김새,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생김새라고는 하지만 그 자체로 저는 희소합니다.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동시에 나에게서만 볼 수 있는, 신비로운 얼굴이죠. 내 얼굴은 그 어디에도 없는 단 하나이니 말입니다. 생김새로 고민하는 모든 여러분, 자신감을 가지십시오. 오늘은 시간을 들여 차분히 거울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 

 

홍민기 (사회학·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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