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귀동 저, 『세습 중산층 사회』
조귀동 저, 『세습 중산층 사회』

  사회과학을 전공으로 삼는 이들과 함께 공부하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는 다들 비슷한 생각을 가지게 된다. 사회를 구성하는 그 어떤 것도 ‘원래’ 그러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어린 시절부터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실들도 어느 하나 당연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사회과학은 아마도 이러한 사실들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탐색하고 형성 과정과 결과가 사회적 맥락 안에서 가지는 의의를 잡아내는 것일 테다. 그렇다면 사회를 탐색하기 전에, 사람들은 사회를 어떻게 인식할까? 모두가 알고 있겠으나 공정성, 능력주의, 불평등 정도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지고 사회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비교적 최근, 사회로 막 진입한 90년대생에게 초점을 맞추어 한국 사회의 모습을 바라본 책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2020년에 나온 조귀동의 『세습 중산층 사회』는 한국 사회에서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이 이전 세대의 경험과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한다. 그가 바라본 사회는 제목 그대로 ‘세습 중산층 사회’로 부모의 계층이나 계급이 재산상속뿐 아니라 교육이나 취업 기회 등을 통해 자녀에게 세습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중산층’이 한국에서 10% 내외로 존재한다고 설명하면서, 2020년 당시 20대인 90년대 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이 10%와 90%의 격차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9쪽). 그렇다면 작가는 어째서 90년대생에게 초점을 맞춘 것일까? 그들이 경험하는 10%와 90%의 격차는 이전 세대와 무엇이 다를까?

  4장에는 이에 관한 이야기가 자세하게 진행된다. 이들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한국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 사회적, 문화적 불평등이 결합한(118쪽) 형태라는 것이다. 이는 바로 앞세대는 80년대생들과도 다른 양상이라고 설명한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교육의 기회가 이전보다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학생들의 학업성적에서부터 드러나고 이후의 고등학교, 대학의 진학에서도 그리고 소위 ‘괜찮은 일자리’의 점유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6장에서는 이들의 부모세대인 80년대 학번-60년대생들의 삶을 말한다. 현재와 비교했을 때 이들의 청년기에는 어떻게 계층이동이 더욱 자유로웠고 이후 자신의 학력이나 지위를 어떻게 자녀들에게 물려주게 되었는지, 즉 ‘세습’이 어떤 방식으로 되었는지를 중점적으로 말하고 있다. 여기까지 90년대 생이 어떤 성장 과정을 겪어왔고, 부모세대가 어떻게 ‘세습’하고 있는지를 말해왔다면 뒤의 두 장에서는 90년대생의 현재 상황에 대해 말한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는 젠더갈등이 계급이나 계층과 어떻게 연관되었는지도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디어에 자주 보도된 20대 남성과 여성의 정치적 양극화는 중산층에 한정된 이야기로, 다른 계층에는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책에서는 기회의 평등이 사라져가고 있는 현재 사회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또한 계층 지위를 세습하고 있는 현실의 모습과 그 원인, 과정을 밝혀내려는 시도에서 사회적 계층이동 기회에 대한 단서가 있다고 말한다.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시각은 이 외에도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이러한 시각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와 자기 자신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세습 중산층 사회』는 한국 사회의 모습들을 여러 각도로 조명하면서도 설문 조사 결과나 통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해를 돕는다. 이와 함께 우리에게 익숙한 사례들도 많이 등장한다. 따라서 사회에 대한 방대한 이론이나 사상을 접하기 전 미리 읽는다면 현재 사회를 이해하는 일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처해있는 맥락을 사회적으로 이해하고, 사회를 보는 시각을 정립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수이 (언론정보학과 박사과정)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