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밀물썰물

신효진 기자,  언론정보학과
신효진 기자, 언론정보학과

  지난 7월 18일 서울서이초등학교(이하 서이초)에서 교사가 자살했다. 해당 교사의 사망 원인에 대해 학교폭력 사건이 주요하다는 의견이 SNS상에서 유포되자 곧바로 학교 측에서는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 따르면 해당 학급의 담임 교체와 올해 학교 폭력 신고 사안은 없으며 해당 교사의 업무는 본인 희망 업무였다. 또한 SNS에서 거론되는 정치인의 자녀는 해당 학급에 없다고 기재됐다. 고인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길 바란다는 맺음말은 누구의 명예를 지키고자 하는지 알 수 없다.  

  책임을 회피하는 학교 측의 대처에 교사 집단과 국민은 분노했다. 지난 8월 4일 교육부-서울특별시교육청 합동조사단이 발표한 조사 결과와 학교 측 입장문의 내용이 매우 상이했기 때문이다. 고인의 담임 학급에서는 A 학생이 B 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자, B 학생이 연필을 뺏으려다 이마에 상처가 생긴 사건(연필 사건)이 발생했다. 합동조사단은 그 과정에서 학부모에게 고인의 휴대전화 번호가 유출됐으며, 담임 자격 시비 폭언 등 학부모 민원이 있었다는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이외에도 고인이 학기 초부터 문제행동 학생으로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학기 말엔 많은 양의 업무를 감당했음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14일 경찰 측은 학부모의 범죄 혐의가 없고, 발신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하며 사건에 대해 함구하려는 태도를 일관했다. 이후 서울교사노조에서는 고인이 10명이 넘는 학부모 민원을 감당해 온 사실을 입증해 경찰 수사에 오점이 있음을 알렸고, 전국의 교사들은 매주 대규모 집회를 열어 사건의 진상 규명과 교권 보호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연필 사건 가해 학생 학부모가 경찰청 본청 소속의 현직 경찰과 검찰 수사관으로 알려져 피해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당한 갑질 여부가 없다는 수사 결과엔 권력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측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협박죄 및 스토킹 처벌법 등으로 총 4인의 학부모를 고발했다. 

  교사가 수업 중 엎드려 자는 아이를 깨우거나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아이를 제지하는 것조차 성희롱 및 아동학대로 신고 가능하다. 무분별한 신고는 추락한 교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인은 2년 차 초등 교사였고 초임 때부터 기피 학년으로 여겨지는 1학년 담임을 맡았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 업무 또한 전체 행정 시스템이 얽혀 규모가 크고 문제 발생 시 해결이 어려운 업무다. 고인은 악성 민원에 시달리면서도 수업과 생활지도에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다. 사건 이후 정치권에선 교권 보호 강화를 위한 법안 마련을 착수했지만 고인이 사망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국회는 법안 심사에 나섰다. 시·도교육청, 국회의 정책·제도 개선, 입법 논의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지만 교사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악성 민원, 학부모 갑질 행위 문제로부터 교권을 지키려면 법 개정만으로는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 사회는 학생의 교육과 성장을 돕는 교사의 역할에 책임과 헌신을 요구하면서 안전과 권리는 완전히 무시했다. 국가는 교권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학교 내부에서 일어나는 갈등 관리와 학교 폭력 문제 그리고 학생들의 정서적인 지원 부족 등 다양한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 또한 정부와 교육 기관, 학부모, 학생 모두가 협력해 안전한 공교육의 미래를 논의해야 한다. 교권과 학습권의 균형은 그때 비로소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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