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대 정신건강 관련 통계자료, 인포/ 이가은, 정지원 기자
10~30대 정신건강 관련 통계자료, 인포/ 이가은, 정지원 기자

  그동안 현대인의 고질병이라고 하면, 허리통증, 위염, 불면증 등이 자주 언급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울증 역시 현대인, 그중에서도 특히 20대 청년들의 고질병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10년간 전체 우울증 환자는 57.5% 증가했다. 이 중 20대 환자는 16.8%로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증가 속도 역시 189.4%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대학생들은 이러한 우울증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취미활동을 가지거나 정신의학과 및 상담센터 등을 방문하기도 한다. 우리 학교 학우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한누리회관 5층에 위치한 학생상담센터는 ‘피켓팅(치열한 티켓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약이 어렵다. 매월 초, 신규 상담 신청 공지가 올라오자마자 조기 마감돼 대기자 신청을 받기 일쑤다.  

  그렇다면 학생상담센터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충대신문이 우리 학교 학생상담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미정 상담가를 만나, 학우들이 어떤 고민으로 상담을 받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우리 학교 학생상담센터 상담실, 사진/ 김은지 기자
우리 학교 학생상담센터 상담실, 사진/ 김은지 기자

Q. 학생상담센터의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요? 

 A. 학생상담센터는 상담전문가와 함께 심리검사와 상담을 진행하며 학생들이 대학 생활을 하면서 겪는 적응 및 진로 문제와 같은 심리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곳이에요. 학생상담센터는 우리 대학의 재학생(학부생, 대학원생)이라면 누구든지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Q. 우리 학교 학생상담센터는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나요? 

 A. 저희는 크게 ▲심리검사 ▲개인 상담 ▲집단상담 ▲심리교육 및 정신건강 캠페인 이 네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먼저 심리검사는 성격, 정신건강, 기질, 적성 등 자신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검사예요. 특히 요즘엔 심리검사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기도 했고, 가볍게 자기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검사를 학생상담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쉽게 진행할 수 있어 많은 학생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상담은 개인상담과 집단상담 두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개인상담은 혼자서 해결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을 때 전문상담자와 함께 자신의 고민을 함께 생각해 보면서 문제 해결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통해 자기 성장을 하는 과정으로, 대학 생활을 하면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어려움들 모두가 상담 내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다른 이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구성한 프로그램이 집단상담인데요. 집단상담은 비슷한 주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모여 서로 대화하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서로의 성장을 돕는 상담입니다. 주로 ‘대인관계’, ‘정서 조절’, ‘스트레스 관리’, ‘학업 동기 향상’ 등의 주제로 집단상담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생명존중지킴이 양성교육’, ‘정신건강 특강’ 등을 통해 학우들에게 정신건강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나 심리 위기 발생 시 대처 방법 등을 알리기도 해요. 또한 사회봉사교과목을 활용해 ‘친구상담위원제’를 매 학기 운영하고 있는데요. 학과별 친구상담위원을 선발해 정신건강과 관련된 체계적인 교육을 이수하게 한 뒤, 학과 또는 주변의 심리적 위기 학생을 발견했을 때 상담센터로의 연계 등을 돕는 역할을 하는 ‘생명존중지킴이’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CNU 생명지킴이 양성교육, 사진/ 학생상담센터 제공
CNU 생명지킴이 양성교육, 사진/ 학생상담센터 제공

Q. 상담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A. 학생상담센터에서 운영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홈페이지를 통해서 온라인으로 신청받고 있어요. 

  상담을 신청하면 우선 심리검사(MMPI-2, TCI 등)를 실시해 객관적인 심리 상태를 파악합니다. 이후 접수 상담을 진행하고 상담사를 배정해 주 1회 40분 정도, 5회기 이내로 진행이 됩니다. 단, 상담자가 판단하는 심리적 위기 심각도에 따라 횟수는 추가될 수 있습니다.  

Q. 우리 학교 구성원들은 주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학생들의 주된 고민의 1순위는 정서적 문제예요.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심하거나, 쉽게 화가 나거나 혼란을 느낄 때, 무력감 등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그 다음으로는 진로 및 학업 문제, 대인 관계 문제 순인데요. 대학 생활은 다양한 사람들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보다 전문적인 학업에 매진하며 자유롭게 자신의 진로를 개발해 나가는 매우 중요한 시기잖아요. 

  이전엔 겪어보지 못한 문제들로 인해 정서적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어요. 이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학생분들도 알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학우들과의 상담을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심리상담은 내담자가 가진 문제를 완벽하게 없애주거나 마음을 편하게 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담자가 본인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와 환경 또는 고민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진정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처음에는 막연한 불안감, 상담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경직돼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던 내담자는 상담이 진행되며 용기 있게 자신의 고통을 마주하면서 이해하고, 용서하는 과정을 통해 온전히 자신을 수용할 수 있게 되는데요. 이 과정을 통해 내담자가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곤 합니다. 

Q. 상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상담은 내담자와 상담자의 신뢰감 있는 관계 속에서 내담자의 문제 해결을 함께 모색하며 건강하게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변화를 위한 내담자의 용기가 꼭 필요해요. 상담 몇 회기 만으로 자신을 괴롭히던 문제가 다 해결이 되진 않거든요. 하지만 지금 내가 자신을 괴롭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침대 밖으로 나와 상담실을 향하는 것, 그 자체가 변화를 위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또, 저는 상담자의 입장에서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스스로 자각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보통은 자원을 ‘승화’시킨다고 하는데요. 상담 과정에서 내담자가 본인의 부정적인 기질이라고 설명하는 것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사고를 전환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예민함’이라는 단점을 ‘섬세함’이라는 장점으로 치환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그리고 이 전환들이 내담자가 지니고 있는 고민이나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열심히 돕고 있습니다.  

Q. 현재 학내 심리상담 수요는 어떤지, 그에 맞는 충분한 인프라는 갖춰져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예전에 비해서 요즘은 우울증 등으로 상담을 필요로 하는 학생의 수요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상담센터의 상담 인력은 전임상담사 7명과 개인 상담을 전담으로 하는 시간제 상담 인력을 포함하면 10명 정도입니다. 

  우리 대학의 재학생 인원이 2만여 명임을 감안하면 상담사 1인당 2,000여 명이 넘는 학생을 맡아야 하는 실정으로, 상담을 필요로 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현저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충분한 상담 인력과 예산 확보가 절실합니다. 한편으로 현재와 같은 제한적인 형편에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대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나 대덕구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의 지역 전문기관과 연계된 자기관리 프로그램 등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Q. 최근 우울감을 느끼는 청년들이 ‘우울증갤러리’ 등의 커뮤니티에 접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어딘가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데요. 그럴 때 우리가 쉽게 손 뻗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인터넷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익명성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 큰 위안을 얻는 것이 이러한 커뮤니티의 순수한 목적이었을 터입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심리적 위기에 처한 청년들의 우울감을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이들을 위한 사회적인 대응 방법과 사회 안전 체계 망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 이 순간에도 홀로 방황하고 있는 학우들이 있을 텐데요. 이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다른 사람들은 다 행복해 보이는데, 왜 나만 이렇게 불행한 걸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거야’,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든 걸까?’, ‘너무 우울해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당신은 정상입니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힘들 때는 손을 내밀고 도움을 청하시길 바랍니다. 그것은 전혀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창피한 일도 아닙니다. 오히려 건강한 문제 해결 방식임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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