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저, 함규진 역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저, 함규진 역 『공정하다는 착각』

  독일의 그룹 뮤지션 Lesiëm(레지엠)이 2004년 낸 앨범 ‘Times’의 타이틀 곡은 Justitia(정의)였다. ‘정의’는 가사에서 ‘칼에 대한 칼’로 표현된다. 폭정이라는 칼에 맞서는 칼로서 정의를 말한 것인데, 이는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마이클 샌델의 책의 원제 ‘The Tyranny of Merit’와도 닿아있다.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은 이전부터 시작된 샌델의 공동선에 관한 논의를 능력주의의 폭정의 맥락에서 보여준다. 효율성과 공정성의 측면에서 지지받던 능력주의가 과연 무엇인지, 그것이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설명하며 민주주의적 가치를 능력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의 관점에서 다시 말한다.

  먼저 능력주의는 “사회가 능력에 따라 경제적 보상과 지위를 배분해야 한다는(66쪽)” 것이다. 사람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부와 명예가 따라야 하며, 그것이 공정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샌델은 능력주의가 이상적으로 이루어지기는 불가능에 가까우며, 이상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는 것은 스스로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이때 개인은 자신이 어떤 능력을 키울지, 얼마나 노력할지 역시 선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은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고, 능력에 대한 보상 역시 받을 자격이 있는 자신만의 것이라고 본다.

  샌델은 이러한 능력주의 시스템이 “세습적 위계질서와는 상반되지만 불평등과 상반되지는 않는다(255쪽)”고 말한다. 신분제처럼 출생에 근거하는 불평등을 만들어내지는 않지만 대신 능력에 기인한 불평등을 정당화 시킨다는 것이다. 능력주의가 지향하는 것은 능력으로 가능한 계층간의 이동성이지, 불평등의 해소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두가 성공의 사다리를 오를 평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199쪽)’는 것이다. 더 이야기하기 전에 잠깐 한국 사회를 생각해보자면 이 사회가 공정한 곳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겠으나 자신의 능력에 따라 경제적 보상이 배분되는 것에는 대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 있으며, 평등한 기회를 위해 절차를 보다 공정한 방식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능력주의 시스템이 완전히 이상적으로 작동한다면, 그것은 샌델이 말하고자 하는 정의로운 사회일까?

  샌델은 능력주의에서 노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노력이 물론 중요하지만 노력만 가지고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지고 있는 능력이 중요한데, 그는 재능은 우연의 산물이며 능력, 성공,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능력을 가치로 인정한다는 사회적 맥락 안에서 가능한 것이며, 능력과 성공을 단순히 개인의 선택으로 치환하는 것은 우연히 재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격하시키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불평등과 양극화를 가져온다.

  지금까지 능력주의 사회의 모습과 능력주의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샌델의 논의를 간략하게 풀어보았다. 『공정하다는 착각』위의 설명한 내용외에도 능력주의와 기독교의 구원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며, 사회적 가치나 도덕적 가치와 연결되어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도덕적 가치나 사회적 가치보다는 경제적 가치와 더욱 강하게 이어지게 되었고 이것이 사회를 ‘정의’롭지 않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샌델의 주장이다. 마지막 부분에는 불평등을 심화하고 정당화하는 능력주의의 폭정에 맞서는 정의로서 공동선을 말하고 있다. 대학 안에 들어오기까지, 능력을 평가받고 노력의 중요성에 대해 반복하여 듣는 과정에서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있었던 순간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모호함을 정리하고 느낌으로 알던 것을 말할 수 있게 할 책일 것이다.

최수이 (언론정보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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