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학교 재학생 여러분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전공, 입학전형을 막론하고 모두가 들어야하는 수업이 있습니다. 필수교양이라고도하죠. 그 중 하나가 대학영어입니다. 고학번 분들에게는 GLOBAL ENGLISH로 알려진 그 과목이죠. 보통은 나중에 변수가 생기는 걸 피하고자 1학년 1학기, 늦어도 2학년으로 넘어가는 계절학기 안에는 들어두는 게 일반적입니다. 네, 저는 좀 특이한 놈인가 봅니다.

  대학영어는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습니다. 지난 3월, 저는 첫 수업을 앞두고 긴장했습니다. 길을 잃었거든요. 대체 새내기도 아닌 20학번이 왜 길을 잃냐고 하면 뭐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어학과목인 주제에 생뚱맞게 공대 2호관에 개설된 대학영어 탓이겠죠. 

  애먼 건물에 들어가서 한참을 빙빙 돌고 있는데 핸드폰을 들고 바쁘게 지나가던 저를 누군가가 불러세웠습니다. “저기요! 혹시 여기 아세요?” 저도 지각 직전이었지만 곤경에 처한 사람을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수업에 늦었다며 강의실의 위치를 물었고, 제게 보여준 화면에는 대학영어라고 써있었습니다. 심지어 같은 분반... 저도 길을 잃었으면서 다른 사람을 안내해야 사실도 버거웠지만 가장 쉽지 않았던 점은 그가 23학번이었다는 점입니다. 길을 잃은 20학번을 보고 23학번은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새 수업은 시작되었습니다. 영어로 말입니다. 처음엔 저희를 집중시키려고 일부러 영어로 말씀하시는 건가 싶었는데 수업이 끝날 때까지 한국어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얼빠진 표정으로 한참을 인상쓰고 있었습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니었는데요. 다들 충격 받은 표정이길래 어쩜 이렇게 한 사람도 빠짐 없이 넋이 나갔을까 싶었습니다. 필수교양 특성상 23학번 비율이 높았던 탓에 영어수업이 주는 위압감은 한층 더 컸다고 생각하는데요. 학우들이 느꼈을 부담감은 교수님께서 수업하시다 말고 코를 후비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저희 교수님께서는 코를 후비지 않습니다)

  분명 OT 시간에는 30명 정도가 빽빽하게 들어차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15명 밖에 남지 않았네요. 이건 뭐랄까... 교수님께서 핑거스냅이라도 치신 걸까요? 전 어벤져스 안 보고 수업이나 들으려구요.

홍민기 (사회학·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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